[프라임경제] 초선 구청장으로 동대문구에 혜성처럼 등장해 오래 해결되지 못했던 현안을 털어낸 정치인이 있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구청장은 지방정치 측면에서 신인일지 몰라도 지역과의 인연이나 행정가로서의 역량, 감각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인물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와 상경한 이 구청장은 지역에 있는 답십리초등학교·전농중을 나왔다(고등학교와 대학은 경복고, 고려대학교 농경제학과). 대학 졸업과 동시에 몸담았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청사도 당시 이문동에 있어, 지역과 인연이 깊다. 동대문을 그가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이유다.

정보업무를 맡으면서 늘 부지런히 현장을 뛰는 체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8년간 '정보맨'으로 살면서 두 차례나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권 핵심 업무에 발탁된 배경이다.
2003년 참여정부(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비서실 근무를 했다. 이 구청장이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할 때 상관이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후 대통령)이었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가 실무위원을 맡는 등 정치색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인정받아 발탁된 인재다.
2013년 12월, 국가정보원에서 물러난 이후 여러 권의 책을 쓰며 작가로 변신했고, 이후 마음의 고향 동대문에서 지역정치에 뛰어들었다.
◆연탄공장과 청량리역 문제, 살기 좋은 공간 '청량개벽' 탈바꿈
지역의 반백년 숙제이던 삼천리 연탄공장 이전과 부지 활용 문제를 일궈내면서 '초선 이상의 초선'으로 이름을 서울 행정계에 널리 알렸다. 이 문제는 이미 50년 넘게 묵은 지역 숙원이었지만, 기존 지방정가에서는 시원한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구청장은 이 사안을 '서류만로는 풀 수 없다'고 결심, 6개월 넘게 연탄공장 대표를 찾아가 대화와 설득을 이어간 끝에 '매입 후 철거'라는 해법을 찾았다.
현재 삼천리 연탄공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가 새 지역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 이 구청장은 문화시설 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리가게(노점) 정비에도 적극 나섰다. 하지만 민생 현안이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요요 현상'을 빚는다는 점이 어느 지역에서나 노점 문제 처리에서 겪는 두통이다. 이에 이 구청장은 '단속'보다는 '보행권 회복'이라는 큰 그림에서 접근했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통행권 확보와 생활환경 개선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만큼 성과를 내도록 했다. 과잉 단속을 지양하면서도, 대신에 일단 집행하면 확실히 정비를 마치도록 했다. 동대문구는 거리가게 실명제 도입과 도로법 특별사법경찰 운영 등 제도적 수단을 결합해 정비 기준을 마련, 1월 기준 관내 거리가게 578곳 가운데 264곳(46%)을 정비하고, 불법 점포는 281곳에서 154곳으로 45% 줄였다. 정비가 완료된 구간은 띠녹지와 스마트쉼터 등으로 재구성, 실제로 '걷는 길의 질 제고'를 느낄 수 있게 했다.
◆걷기 좋고 즐기기 좋은 '신세대 교통거점' 아이디어
중랑천 일대에 사계절 꽃밭을 조성하고, 배봉산에는 계절별로 테마가 다른 수종을 심어 산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고등학교 부지로 지정된 상태로 10년 넘게 방치됐던 부지는 초화원으로 정비해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청량리역 일대의 대변화를 일구는 '청량리 복합개발'도 그의 작품이다. 청량리역과 그 일대는 '지나가는 곳'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이 때문에 교통이 복잡하지만 수혜는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개발만 지진부진한 지역이라는 한계를 앙고 있었다. 환승역의 기능도 왕십리역, 상봉역 등에 사실상 뺏기는 가운데 철도 시설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불편 호소만 늘어가던 상황에서 이 구청장은 '공간혁신 관련 사업지 지정' 승부수를 띄웠다.
공간혁신 사업지 지정을 활용해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관내에 대학이 많은 점을 주목, 젊은층에서 마음껏 놀고 시간을 보내는 전성기의 신촌과 같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동대문구는 2030년 무렵 청량리역에 12개 철도 노선이 집결하고, 일일 유동인구가 30만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철도 노선을 기반으로 교통 편의가 곧바로 일상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청량리역 일대 공간과 보행 동선을 함께 정비한다는 복안이다.
◆현대화되고 멋들어진 '전통시장' 변신...한약 바이오 지역 미래성장산업 눈길
경동시장 등 관내 시장에 라이브커머스와 로봇 배송을 도입해 '상권 현대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청량리 전통시장 일대를 무대로 디자인혁신 시범사업을 구상을 본격 제시 중인 것도 이 구청장이다. 향후 투자 절차를 마무리해 시민 및 소비자의 보행과 스마트 물류가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재구성할 방침이다.
동대문구의 자랑인 약령시(한약시장)의 현대화와 브랜드화는 물론, 홍릉을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초선 활동 중에 그가 맺은 결실이다.
동대문구는 국립산림과학원 국제회의실에서 국립산림과학원, 경희대학교, 서울약령시, KAIST 경영대학과 함께 ‘홍릉 한방·그린바이오 연구협력 및 지역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구청장이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국가 전략화 기조에 맞춰, 동대문구 홍릉 일대를 K-한방과 그린바이오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자 한 것을 뒷받침하는 민-관-학 연계망을 실제로 구축한 것이다.
국내 최대 한약재 유통지인 약령시, 한의학 분야 정점으로 평가받는 경희대, 산림자원을 연구하는 국립산림과학원, 경영·기술사업화 등 융합업무에 특화된 KAIST 경영대가 동대문구의 바이오 산업 발전 노력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함께 '국내 자생 산림 소재'를 활용한 원료 공급망 및 유통 체계를 본격화하고 '홍릉 및 약령시'를 배경으로 한 관련 '스타트업 육성' 등을 함께 추진한다.
이제 첫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 구청장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과제가 있다면 정부부처에서 청량리역 인근에 추진 중인 지하 변전소의 이전 추진이다. 이 구청장은 국토교통부가 생각하는 위치는 아파트와 유치원에서 가까운 곳이라 특고압 시설을 두기 적절치 않다는 점을 공략하고 있다. 그가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청량리역 지하 등 제3의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으로 당국을 압박 중인데, 올해 지방선거 이후 다음 민선 구청장 임기 시대에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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