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허가를 위한 확증 임상시험 요건을 재정립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최소 2건의 임상시험 결과를 요구해왔지만, 앞으로는 설계가 충실하고 과학적 타당성이 확보된 임상 1건을 기본 요건으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는 아직 공식 규정 개정이 아닌 정책 변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의 마티 마카리 국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기고한 글에서 "신약 승인 판단의 핵심은 임상시험의 개수가 아니라 연구 설계의 완성도와 과학적 근거"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수십 년간 유지돼온 '2건의 확증 임상' 관행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마카리 국장은 부실하게 설계된 임상시험이 여러 건 존재하더라도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비교 대조군이 적절하지 않거나, 1차 평가 지표가 임상적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경우, 통계적 검정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시험 건수를 늘려도 신뢰도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동시대 대조군 사용 여부, 최선의 표준 치료와의 비교, 무작위 배정, 통계 설계의 타당성, 생물학적 상관성 등이 심사의 핵심 요소로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설계가 미흡할 경우 추가 시험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언급이 당장 규제 완화를 의미한다기보다는 향후 심사 기조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직 공식 가이드라인 개정안이나 세부 심사 기준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적용 범위와 평가 방식은 추후 공개될 문서와 사례를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FDA가 단일 임상시험을 근거로 신약을 승인한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특히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희귀질환이나 일부 종양학 분야에서는 하나의 중추적(pivotal) 임상시험과 추가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가 이뤄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는 초기 단계 임상에서 유의미한 효능을 입증해 가속승인을 받은 사례로 꼽힌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사후 확증시험을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뒤따랐다.
이번 기조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개발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단일 확증 임상시험 비용은 약 3000만~1억5000만 달러에 달하며, 신약 개발에는 평균 7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건수가 줄어들 경우 피험자 모집과 연구 기간 단축을 통해 개발 비용과 시간 부담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항암제나 비만 치료제처럼 질환 기전과 평가 지표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립된 분야, 정밀의학 기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임상 설계의 완성도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만큼, 명확한 타깃과 생물학적 근거를 갖춘 후보물질이 빠르게 상업화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개발 비용 감소가 곧바로 약가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약가는 시장 독점 구조, 보험 체계, 협상력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규제 변화가 단기간 내 가격에 직접 반영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FDA의 방향 제시는 '임상 건수' 중심에서 '임상 설계의 질'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공식 제도화 여부와 구체적 적용 기준이 향후 신약 개발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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