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6년간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제분업체 7곳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20일 7개 제분사에 심사보고서를 지난 19일 송부했다고 밝혔다. 대상 제분업체는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이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위법 사실과 제재 의견을 담은 일종의 ‘검찰 공소장’격 문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국내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 배분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7개사의 B2B 시장 점유율은 88%에 달한다. 공정위가 파악한 담합 관련 매출액은 약 5조8000억원 규모다.
관련 법령에 따라 담합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해당 기준 적용 시 이들 7개 업체에 부과 가능한 과징금은 최대 1조16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실제 부과 규모는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5명 규모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밀가루 담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약 4개월 만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담합 사건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 같은 처리 속도는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물가 안정 지시도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은 전날 밀가루 담합 의혹과 관련해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며 “질 나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가격 재결정 명령 여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도록 하는 시정조치다.
공정위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에도 제분업체들에 가격 재결정을 명령해 약 5%의 가격 인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약 20년 만에 같은 조치가 재차 내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성욱 공정위 조사관리관은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행위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적용 여부는 미지수다. 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 효과가 심의 시점까지 지속돼야 하는 등 요건이 엄격하다. 통상 담합이 적발되면 해당 행위가 중단되고,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공정위는 피심인(밀가루 업체)들의 방어권 행사를 위한 서면의견 제출 등을 완료하면 전원 회의를 열고 과징금과 시정명령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서면 의견 제출 기한은 심사보고서 송부 후 8주 이내다.
유 관리관은 “민생에 피해를 주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법과 원칙에 따르는 엄정한 법 집행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2일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일·삼양사·대한제당 등에 과징금 부과 기준율 15%를 적용해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제당 3사가 담합으로 올린 관련 매출액은 3조2884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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