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가 올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하는 ‘프라이싱·언더라이팅’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지난해 순이익과 보험 본업 수익성이 동시에 악화하는 등 실적 악재를 겪었지만 ‘메리츠’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전략으로 내실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프라이싱·언더라이팅 전략은 보험료를 적정하게 책정하고(프라이싱), 인수할 계약을 선별해 위험을 관리하는(언더라이팅) 원칙을 말하는데, ‘얼마를 누구에게 적정하게 판매할지’에 대한 고객 맞춤 전략을 일컫는다. 줄곧 메리츠가 실적개선 전략으로 유지하던 경영 기법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68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김 대표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2년 하반기 이후 업계 전반의 출혈 경쟁 속에서도 당사는 가치 중심 언더라이팅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손해율 상승을 주도한 부실 계약 비중이 경쟁사 대비 낮은, 우량한 계약 빈티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험손익 7.1% 감소…투자손익이 방어
지난해 보험손익은 1조4254억원으로 전년(1조5336억원) 대비 7.1% 줄었다. 의료파업 종료에 따른 역기저 영향으로 예실차 이익이 824억원에 그친 것이 원인이다. 예실차는 전년(1688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51%)이 났다.
부문별로도 수익성 둔화가 나타났다. 장기보험 손익은 1조4340억원으로 3.0% 감소했고, 일반보험 손익은 378억원으로 전년(679억원) 대비 44.3% 줄었다. 자동차보험은 -463억원으로 적자 폭이 전년(-109억원) 대비 4배 이상 확대됐다.
원수보험료 구성비는 장기보험 84.8%, 일반보험 8.5%, 자동차보험 6.7%다. 핵심 축인 장기보험 손해율은 93%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상승했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역시 86.3%로 3.7%포인트 올랐다. 손해율 상승이 보험손익 둔화로 이어진 배경이다.
보험손익 둔화를 상쇄한 것은 투자부문이었다. 지난해 투자손익은 8623억원으로 전년(7616억원) 대비 13.2% 증가했다. 연간 자산운용 투자이익률은 3.7%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채권 포트폴리오 교체 과정에서 약 1700억원 규모의 처분손실이 반영됐다. 저금리 시기에 편입한 채권을 매각하고 고금리 우량채권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손실이다. 회사는 금리 환경 변화에 대응한 자산 구조 조정으로, 중장기적으로 이자수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SM 감소에도 전환배수 12.1배…효율성 높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 미래 이익 체력을 보여주는 보험계약마진(CSM)은 지난해 말 11조1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42억원 감소했다.
손해율 가정 변경으로 CSM이 1조1400억원 증가했으나, 해지율 상승으로 5600억원 감소했고 교육세율 인상 등을 반영한 사업비 가정 조정으로 5600억원이 추가로 줄었다. 손해율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사업비·해지율 조정이 맞물리며 CSM 잔액은 감소했다.
다만 신계약 수익성 지표는 개선됐다. 연간 신계약 CSM은 1조5882억원을 확보했고, CSM 환산 배수(전환배수)는 12.1배로 전년(11.2배) 대비 0.9배 상승했다. 보험료 대비 CSM 적립 효율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무·저해지(보험료 납입 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적은 상품) 해지 가이드라인 시행 이후 시장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무저해지 상품 비중이 확대됐고, 신계약 수익성이 개선되며 전환배수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해외 확장은 제한적…당분간 ‘내실’ 전략
해외 사업은 인도네시아 법인 ‘메리츠코린도보험’ 1곳에 사실상 국한돼 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개선세를 보였지만, 현지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알려졌다. 실적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보험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등이 해외 인수·투자를 통해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메리츠화재는 국내 장기보험 중심의 수익성 관리와 자본 효율 제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형 확대보다는 이익 체력 강화에 방점을 찍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동력 다변화를 위해 해외사업 확대 여부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익분기점 이하엔 진입 안 한다”…프라이싱 원칙 재확인
회사가 올해도 핵심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프라이싱(Pricing)’ 역량이다.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과 리스크 통제를 우선하는 방식이다.
메리츠화재는 전임자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그룹부채부문장)이 대표이사로 활약하던 시기부터 프라이싱 원칙을 강화해 왔다. 과거 자동차보험 확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도 시장 점유율보다 수익성을 우선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보수적 가격·가정 정책은 최근 금융당국의 계리 가이드라인 강화 국면에서도 방어 논리로 작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규 담보 손해율 가정을 90% 이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등 기준을 강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부채 증가와 CSM 축소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메리츠화재는 이미 보수적 가정을 적용해 온 만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신규 담보 손해율은 이미 90% 이상으로 가정해 왔고, 비실손 갱신 담보는 100%로 적용해 부채를 적립해 왔다”며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재무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업계의 낙관적 가정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당사의 변동성은 미미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합리적 시장 환경이 유지된다면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를 통한 이익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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