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AI 시대②] ‘피지컬 AI’ 생산현장 판 바꿀 게임 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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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시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텍스트와 이미지를 학습하던 인공지능(AI)이 로봇과 결합해 현실 공간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의 출현이다. 에이전틱 AI가 사무직의 업무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면 피지컬 AI는 제조·물류·의료 등 산업 현장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로봇, 센서, 자율주행 시스템 등 물리적 장치와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직접 행동하는 기술을 뜻한다. 카메라와 라이다(레이저로 거리 측정) 등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AI 모델이 상황을 판단한 뒤,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기존 로봇이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면 피지컬 AI는 상황에 맞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글로벌 산업계는 이미 이 분야를 차세대 AI 경쟁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휴머노이드와 산업용 로봇에 대형 AI 모델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집고 분류하는 로봇, 공장에서 불량을 판별하고 즉시 조정하는 로봇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자율적 작업’으로 진화하는 단계다.

국내 기업들의 민첩하게 대응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전자 생산라인에 비전 AI(영상 인식 인공지능)와 로봇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공정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설비를 자동 조정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로봇 기술을 활용해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 자율 이동 로봇과 작업 보조 로봇을 공장에 도입해 인력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로봇을 단순 보조 장비가 아니라 ‘지능형 작업자’로 진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에 AI 기능을 접목해 중소 제조업 현장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기존에는 반복 작업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비정형 물체를 집거나 복합 공정을 수행하는 수준까지 고도화하고 있다.

피지컬 AI. /AI 생성 이미지

물류와 의료 분야도 확산 속도가 빠르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병원 내 안내·운반 로봇, 무인 물류 시스템 등이 시범 단계를 넘어 상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기술 격차는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현장 적용과 제조 자동화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대형 로봇용 AI 모델과 학습 데이터, 운영 플랫폼에서는 미국 기업에 뒤처져 있다고 본다. 피지컬 AI의 핵심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통합하는 능력이다. 센서, 구동장치, 제어 소프트웨어, AI 모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투자 규모도 변수다. 글로벌 기업들은 수천억원 단위로 휴머노이드와 로봇용 AI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개별 기업 단위의 투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 차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자리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에서는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이 2027년까지 로봇 중심 자동화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일자리 대체 논쟁이 확산됐다. 현장 근로자 사이에서는 고용 불안과 재교육 압박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대차 노조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대해 “노사 합의 없는 투입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 사이의 균형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계는 일자리 ‘대체’보다 ‘재설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로봇이 반복·위험 작업을 맡고, 사람은 관리·정비·고부가가치 업무로 이동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로봇 도입과 함께 직무 전환 교육을 병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며 “피지컬 AI를 선점하는 국가와 기업이 제조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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