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빗썸, 금융회사급 규제 필요”… 거래소 제도 전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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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연쇄적인 파장을 낳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제도 공백과 감독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60조원 규모로 불어난 ‘유령 비트코인’이 실제 거래될 수 있었던 구조가 확인되면서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언제까지 민간 플랫폼으로 둘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쏟아졌다.

◇ “가상자산 거래소, 더 이상 민간 플랫폼으로만 둘 수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1일 빗썸 오지급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거래소 내부통제 부실과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 그리고 거래소 구조 자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금융당국 역시 제도 공백을 인정하며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6일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1인당 2,000원을 지급해야 할 것을 2,000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총 62만BTC가 오지급됐다. 이후 61만8,000BTC를 회수했지만 약 130억원 상당의 물량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질의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지점은 정무위에서는 ‘금융회사급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이다. 사고 원인을 단순 입력 실수보다 제도 공백에서 찾는 시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이렇게 많은 국민 자산을 다루는 곳인데 왜 금융회사 체계로 감독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업비트의 자동 대사 시스템을 거론했다.

그는 “업비트 같은 경우에는 실제 지갑 보유량과 장부상 수량을 5분마다 조정해 일치시키는 자동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빗썸은 그런 것들이 없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4만2,000개밖에 없는데 62만개가 거래되도록 했다”며 “금융회사였다면 기본적으로 막혔을 일”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금융기관과 동일한 규제를 받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진짜 사과”라며 거래소의 법적 지위 재정립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 역시 “1억원이면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안 갖춰 이런 사고가 났다”며 내부통제 부실을 질타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거래소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인된 셈이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금융당국도 제도 공백을 인정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현행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고, 내부통제나 위험관리 기준도 법에 없다”며 자율규제 체계의 한계를 언급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금융회사 수준의 통제 장치를 2단계 입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질의는 오지급 사고 자체보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금융회사처럼 다룰 것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 같은 제도 공백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을 따져 묻는 발언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점검을 했다고 하면서 왜 이런 내부통제 미비를 못 잡았느냐”며 “이제 와서 구조적 문제라고 하는 건 책임 회피 아니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곳인데 이를 관리하고 제도를 만드는 건 공직자의 몫”이라며 “왜 이런 사고를 미리 막지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김현정 의원은 “광고·판촉비로 수천억을 쓰면서 소비자 보호는 미흡했다”며 “당국도 형식적 점검만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은 “사전에 점검을 했다면서 구체적인 내부통제 실태는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과거 점검과 권고를 했지만 자율규제 체계라 강제 수단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사고 이후에야 구조적 문제를 언급하는 당국 태도를 두고 사전 감독 실패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거래소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의원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 입력 실수로 보지 않았다. 없는 코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보유하지 않은 코인을 지급하려 한 것은 무차입 공매도와 비슷한 유령 비트코인 구조”라고 했다. 박상혁 의원도 “이번엔 62만BTC였지만 이론상 천만 BTC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시스템 통제 부재를 문제 삼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뉴시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질의하고 있다. / 뉴시스

또 구조적으로 상장·매매·보관·청산을 한 거래소가 모두 맡는 수직 통합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주식시장은 상장·중개·예탁이 분리돼 있는데 가상자산 거래소는 모든 기능을 한 곳에서 수행한다”며 구조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거래소를 단순 플랫폼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정무위 질의를 종합하면 공통적으로 제시한 개선 방향은 크게 세 갈래다. 우선 금융회사급 내부통제 의무화다. △복수 승인 △한도 계정 △보유 잔고와 장부 잔고의 실시간 연동 △자동 차단 시스템 등 기본적인 통제 장치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공감했다. 둘째는 감독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다. 자율규제 체계에서 벗어나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검사·제재 권한을 갖고 상시 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거래소 구조 개편 논의다. 상장·거래·보관 기능의 분리, 온체인 자산 분리 보관, 준비금 증명 의무화 등 시장 인프라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가상자산 관련 리스크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난 매우 엄중한 사례”로 규정하고, 모든 거래소 점검과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 의무화와 외부기관의 자산 점검, 전산 사고 시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번 정무위 질의의 핵심은 사고의 규모보다 그 구조에 있다. 담당자 한 명의 입력 실수가 수십조 원 규모의 유령 자산으로 불어날 수 있었던 시스템, 그리고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감독 체계가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의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더 이상 민간 플랫폼으로만 둘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와 감독, 그리고 구조 개편까지 이어지는 제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순 사고 수습에 그칠지, 거래소 제도 전환의 분기점이 될지는 향후 입법과 정책의 속도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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