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라고 다들 말하지만 앞으로 AI산업 승패를 가를 기술은 ‘하드웨어’가 될 것입니다.”
최근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로봇공학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향후 AI시장은 AI라는 영혼을 담을 육체인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가 핵심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예측처럼 올해 AI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피지컬 AI’가 됐다. 지난 1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6’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부터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I가 탑재된 첨단 로봇 기술 구현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관련 시장 규모도 매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S 인사이더’에 따르면 피지컬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2억3,000만달러로 평가된다. 오는 2033년에는 거의 10배 가까이 성장한 497억3,00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무려 32.53%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과학계는 현재 어떤 흐름인가. 정부의 ‘AI국가전략’에 맞춰 대다수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대응책’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는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AI중심’ 연구로 이뤄지고 있다. 쉽게 말해 국내 AI기술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AI의 능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로봇 기술 연구·개발은 국내서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AI로봇경연대회 취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이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다수 연구팀은 기업들이 제공한 로봇에 자체 개발한 AI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대회에 참가했다. 그나마 이 로봇마저도 대부분은 중국기업제품이었다.
물론 우리 연구진의 AI기술력은 세계에 내놔도 견줄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훌륭한 AI가 국내 기업이 아닌, 중국로봇에 탑재돼 경기를 벌인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차라리 성적이 좋지는 않더라도 자체 개발한 로봇 하드웨어로 참가하는 몇몇 팀에게 박수를 치고 싶기도 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아쉬움’에 그칠 것은 아니다. 로봇산업, 더 나아가 AI산업과 과학계 전체의 글로벌 주도권이 달린 일이다. AI는 더 이상 가상공간에만 머무는 자산이 아니다. 물리적인 실체를 가지기 시작한 AI는 로봇과 반도체, 더 나아가 배터리와 에너지 등 모든 첨단 산업의 기초토양이 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은 우리 상상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중국은 ‘유니트리 로봇’과 ‘유비테크’ 등 기업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 로봇들 모두 초창기 2022년에만 하더라도 AI구동이 어려워 ‘어딘가 어설프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이 로봇들은 AI라는 영혼을 탑재해 글로벌 IT산업의 핵심으로 우뚝 섰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여전히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두 다리로 ‘걷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상체에 로봇팔만을 달고 바퀴로 이동할 뿐이다. 그나마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준비 중인 ‘아틀라스’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지만 이 역시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미국 기업을 인수해 얻은 기술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과학계는 여전히 AI의 ‘몸체’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과학계 예산은 늘어났지만 ‘AI’라는 한 분야에만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환경에서 대학원 인재들 역시 로봇을 장기간 연구하기보단 대기업 취업을 위해 연구를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이제 AI는 우리 현실로 다가오는 미래가 됐다. 이미 ‘두뇌’는 준비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몸’이다. 피지컬 AI 시대, 한국이 ‘소프트웨어 강국’에 머물지 ‘로봇 강국’으로 도약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로봇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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