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KDB생명이 또 한 번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실적 부진과 자본잠식, 여섯 차례 매각 불발이라는 부담 속에서 김병철 대표 체제로 경영 정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오는 2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임기가 만료된 임승태 대표가 10개월 넘게 대표직을 이어온 가운데, 이번 인선을 계기로 사실상 지속돼 온 신임 수장 인선 체제가 마무리된다.
◇적자로 돌아선 실적…본업 수익성 급락
김병철 체제가 마주한 KDB생명의 출발선은 녹록지 않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손실 28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2022년 813억원이던 순이익은 2023년 240억원, 2024년 204억원으로 줄어든 뒤 결국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보험 본업의 수익성 저하가 직격탄이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57억원으로 전년 동기(535억원) 대비 478억원 급감했다. 보험금 예실차(예상 대비 실제 지출 차이)는 -167억원, 사업비 예실차는 -52억원을 기록하며 비용 부담이 확대됐다.

투자 부문 역시 실적 방어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24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 본업 둔화 국면에서 투자손익으로 수익을 보완하는 다른 보험사들과 달리 KDB생명은 투자 부문에서도 적자를 기록하며 이중 부담을 안았다.
◇‘7번째 매각’ 다시 시동…자본 부담은 여전
이 같은 실적 부진 속에서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KDB생명 매각 추진 방안을 보고했으며, 조만간 공개 경쟁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이 일곱 번째 매각 시도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2014년부터 여섯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취약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매각가를 둘러싼 시장 눈높이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매각의 핵심 변수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101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급여력비율(K-ICS)은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 165% 수준이지만,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는 43.5%에 그친다.
K-ICS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보험금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KDB생명의 요구자본은 1조31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가용자본은 5697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기본자본 K-ICS 비율은 32.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50%를 크게 밑돌고 있다.
기본자본에 포함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2800억원 수준까지 감소했고, 이익잉여금도 -389억원으로 적자가 누적됐다. 보장성보험 판매 경쟁 심화로 요구자본이 늘어난 데다, 금리 하락과 할인율 현실화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본 여력이 빠르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증자 이후 산업은행의 KDB생명 지분율은 97.65%에서 99.66%로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필요할 경우 올해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추가 증자에 나설 계획이다.
◇10개월 공백 끝 김병철號 출범…초점은 ‘영업 구조 재설계’
김병철 신임 대표는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ING생명,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을 거친 보험업계 20년 이상 경력의 ‘영업통’이다. 관료·정책금융 출신 중심이던 기존 인선에서 벗어나 현장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경영 정상화 의지를 드러낸 인사로 평가된다.
김병철 체제의 상품 전략 핵심은 제3보험이다. 질병·상해·간병 등을 보장하는 제3보험은 장기 유지율이 높고,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체계에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상품군으로 꼽힌다. CSM은 보험사가 향후 인식할 미래 이익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KDB생명의 CSM 잔액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332억원으로 전년 동기(9137억원) 대비 소폭 늘었지만, 신계약 CSM은 1731억원으로 전년(2532억원) 대비 약 32% 감소했다. 신규 성장보다는 기존 계약 관리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초회보험료 구성에서도 제3보험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제3보험 초회보험료는 15억원 수준으로, 사망담보(108억원)와 저축성보험(45억원)에 비해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 가입 이후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신규 영업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김병철 체제에서 제3보험 확대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매각을 위한 포장’보다 체력 만들기…정상화가 먼저
소비자 보호 지표에서도 일부 개선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KDB생명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민원 건수는 꾸준히 감소했으며, 2025년 말 기준 민원 건수는 전년 대비 약 37% 줄었다. 완전판매 강화와 사후 관리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매각에 쏠려있다. 적자 구조와 자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매각 성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 태광그룹, 교보생명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KDB생명 관계자는 “올해는 단기 성과보다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제3보험 중심의 수익 구조 전환과 영업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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