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유가 약세 속에서 대규모 달러채 발행에 나서면서 국내 자회사인 에쓰오일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최대주주로 지분 60% 이상을 보유한 아람코의 자금 조달이 에쓰오일 재무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없지만 유가 하락기 모회사의 전략 변화 신호라는 점에서 투자·배당·업황 해석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최근 글로벌 중기채 프로그램(GMTN)을 통해 총 40억달러(5조87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2029년 만기 5억달러(쿠폰 4.0%), 2031년 만기 15억달러(4.375%), 2036년 만기 12억5000만달러(5.0%), 2056년 만기 7억5000만달러(6.0%) 등 네 개 트랜치로 구성됐으며 채권은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강한 투자자 수요 속에 일부 트랜치에서 신규 발행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아람코의 신용도를 입증했다. 아람코는 2019년 국제 채권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후 달러채 발행을 이어왔으며 이번 조달 역시 기존 자본 조달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정유업계는 아람코의 자본 조달이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에 머물며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아람코의 실적에서도 이러한 환경이 반영된 흐름이 나타났다. 작년 1분기 순이익은 26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고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약 483억달러로 13% 이상 줄었다. 이후 3분기에는 약 280억달러 수준을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유가 하락 영향이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실적 둔화는 배당 재원과 자본 조달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 해석되며 지난해 배당 구조 조정과 맞물려 재무 대응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채권 발행이 계열사인 에쓰오일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재무 영향은 없다. 발행 주체가 아람코 본사이고 보증이나 연결 차입 구조가 아닌 만큼 에쓰오일의 부채비율이나 금융비용이 즉각 변동할 요인은 크지 않다. 통상 지배주주의 외화채 발행은 자회사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으며 이번 건 역시 구조적으로 동일한 성격을 가진다.
투자자 수요가 크게 몰리고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도 아람코의 시장 신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회사 지원 여력과 글로벌 사업 추진 기반이 유지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지배주주 재무 안정성이 지속된다는 긍정적 요인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간접적 함의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채권 발행의 배경 자체가 유가 약세라는 점이다. 정유사의 수익성은 원유 가격보다 정제마진과 제품 수요에 크게 좌우되지만 유가 하락 국면은 에너지 수요 둔화와 업황 변동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에쓰오일 실적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시 변수다.
모회사 재무 전략 변화 가능성 역시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이다. 유가 약세 속에서 차입 확대와 배당 정책 조정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다운스트림(downstream) 자산 운용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에쓰오일의 재무 체력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2882억원으로, 전년대비 31.7% 급감했다. 업황 불황의 직격탄을 그대로 받은 결과다. 2022년 131.2%였던 부채비율도 지난해 190%대까지 올랐다. 현금 창출력 자체가 약화하고 있는 것이다.
아람코와 에쓰오일이 공동 추진 중인 약 9조원 규모 석유화학 신증설 ‘샤힌 프로젝트’ 역시 관찰 대상이다. 에쓰오일은 투자금의 71%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29%를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로 이번 채권 발행이 프로젝트 자금 구조를 직접 변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모회사 재무 여건 변화가 장기적으로 투자 속도나 자본 배분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에쓰오일이 올해와 내년 집행해야 할 잔여 투자금만 각각 3조5000억원과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은 에쓰오일 재무 구조나 단기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기보다 유가 약세 환경과 모회사 전략 방향을 반영하는 간접 변수에 가깝다"면서도 "모회사 실적과 재무 전략 변화가 배당과 투자 판단에 어떤 신호로 이어질지는 중장기적으로 관찰이 필요한 사안으로 향후 프로젝트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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