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난타전] ‘파기환송 절차’ 정당성 문제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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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여야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며 당시 주심이었던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압박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의 거친 공방이 이어졌지만, 논쟁의 중심에는 파기환송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정쟁과 별개로… 사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의문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4일) 법사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나경원 의원은 “어제 법사위 상황은 한마디로 사법부 길들이기와 야당 길들이기의 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치 수호의 보루여야 할 법사위가 사법부를 겁박하는 정치적 흉기로 변질됐다”며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나 의원은 특히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의 주심 대법관이었다는 이유로 회의 내내 사퇴 압박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판결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대법관의 지위를 흔드는 것은 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이런 압박은 향후 재판에서 사법부가 정치권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주장했다. 전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의 발언이 제지되고 퇴장 조치가 내려진 점에 대해서도 “의회 독재를 방불케 하는 행태”라고 비판하며 추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민주당이 진행 중인 재판을 문제 삼으며 법원행정처장 사퇴를 요구한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판 결과가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법관 인사를 흔드는 것은 헌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사법부를 정치권 발아래 두려는 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법사위 운영을 비판하며 추미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뉴시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법사위 운영을 비판하며 추미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 뉴시스

앞서 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는 사실상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둘러싼 여야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두고 “대선에 개입한 사법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박 처장에게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특히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짧은 기간 내 선고가 이뤄진 점과 방대한 기록 검토 여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박 처장은 이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에 맞는 판결을 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기록을 제대로 봤느냐’는 질문에는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다 봤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곧바로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회의장은 고성이 오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고심이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라는 점을 들어 여당의 공세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결국 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법안 수십 건은 처리되지 못한 채 회의는 파행으로 끝났다.

정치적 충돌은 격렬했다 그러나 논쟁의 핵심은 당시 파기환송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모인다. 정치권이 제기하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선고까지 걸린 시간이다. 대법원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긴 뒤 불과 9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는 점이 논란의 출발점이 됐다. 통상 전원합의체 사건이 수주에서 수개월의 심리를 거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선거법 재판의 ‘6·3·3’ 원칙을 강조해 왔고, 이번 상고심의 속도 역시 그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반면 정치권과 일부 법조계에서는 전원합의체 심리 특성상 충분한 숙고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빠른 일정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6·3·3’ 원칙의 적용 취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신속 재판 규정은 통상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될 수 있는 당선자가 장기간 공직을 수행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당선자가 아니라 선거에서 패배한 낙선자 사건이었고, 1심 선고 역시 법정 기한인 6개월을 크게 넘겨 약 2년 이상이 걸린 점이 지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상고심만 대선 직전에 ‘초고속’으로 진행된 배경과 필요성이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해당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된 것인지에 대한 절차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 뉴시스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 뉴시스

둘째는 방대한 재판 기록의 검토 여부다. 사건 기록이 수만 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법관들이 충분한 시간 동안 기록을 검토했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박 처장이 법사위에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 봤다”고 밝힌 점은 상고심이 법률심이라는 점을 강조한 취지로 해석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졸속 심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록 열람 방식과 관련해서도 제도적 쟁점이 제기된다. 민사 사건과 달리 형사 사건은 전자소송 체계가 제한적으로 운영돼 전자기록 열람이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였고, 형사 전자소송은 2025년 10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문제의 파기환송 판결은 그 이전 시점에 이뤄진 만큼 당시 전자문서 형태로 충분한 기록 검토가 가능했는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천대엽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설명도 논란의 한 축이 됐다. 천 처장은 2025년 5월 국회 질의 과정에서 형사기록이 전자사본화돼 있고 대법관들이 이를 스캔해 열람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효력 있는 원본 기록은 종이이며 스캔본은 법적 효력이 없는 보조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파기환송 당시 실제 심리 과정에서 종이 기록이 어떤 범위로 제공·열람됐는지, 전자 스캔본 활용이 있었다면 그것이 어디까지 보조였는지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는 선고 시점의 적절성이다. 대선 직전에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내려지면서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고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면 선거 일정을 이유로 재판 선고를 늦추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정치적 고려로 비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법관들은 당시 보충의견에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신속한 재판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고 시점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속 재판 원칙 사이의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법사위에서 벌어진 정치적 난타전과 별개로, 파기환송 판결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은 사법 판단 과정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판결의 내용이 아니라 판단에 이르는 과정이 충분히 숙고된 절차였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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