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휴민트', 박정민이라는 '킥' [강다윤의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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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 포스터/NEW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능숙한 셰프가 자신 있는 재료로 요리하고, 알맞은 '킥'이 더해졌을 때. 제대로 차린 코스요리, '휴민트'(감독 류승완)다.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 '베를린', '모가디슈'를 잇는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의 완성 편이다.

긴 코스 요리에서 애피타이저는 무척이나 중요한 첫 접시다. 식사의 시작을 알리고, 입맛을 돋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수준을 가늠케 하기에 맛은 또렷하고 눈을 즐거워야 한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내놓지 않고, 다음 접시를 기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휴민트'가 그렇다.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북한 여성의 인신매매와 마약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선을 끌고, 곧바로 시원시원한 조인성의 액션을 내세운다. '휴민트'가 어디로 향할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단번에 각인시킨다.

그러나 '휴민트'는 이 강렬함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어쩌면 뜻밖에도, 쉴 새 없는 액션과 짜릿함 대신 인물과 상황을 차근차근 펼쳐간다. 도파민을 연속적으로 자극하기보다는 관계와 서사를 먼저 내놓고, 그 위에 긴장과 밀도를 더한다. 총성이 탕탕 울리는 것보다 볼펜이 딸깍이고, 종이가 팔랑 인다.

물론 메인은 단연 액션이다. 세련되고 깔끔하고, 매끄럽다. 조인성과 박정민의 혈투는 다채롭다. 하지만 이 코스요리에 결정적인 '킥'을 더하는 것은 박정민이다. 얼굴조차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첫 등장부터 기세가 느껴진다. 그 뒤로도 묘한 압도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순애는 자칫 촌스러울 수 있지만, 박정민이 있기에 2026년의 고전적인 맛으로 느껴진다.

한 떨기 수선화 같지만 강단 있는 신세경, '관식이'를 지워버린 박해준도 훌륭하다. 슬쩍 던져둔 '베를린'의 이야기도 포인트다.

2월 11일 개봉. 러닝타임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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