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서산·태안 재통합론을 둘러싸고 양 지자체 수장의 시선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라는 공통의 위기 속에서 '통합을 통한 시너지'와 '독자 생존 전략'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지난 8일 열린 새해 언론인 간담회에서 태안군과의 재통합에 대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진다면 지역 경쟁력을 키우고 발전을 견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재통합 논의가 이뤄진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 시장은 특히 지역 기능 분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태안은 뛰어난 해안을 보유한 관광특화 지역이고, 서산은 산업 중심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통합은 단순한 행정 결합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한 성장 전략"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서대의 글로컬대학 선정도 통합 논리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서산·태안에 캠퍼스를 둔 한서대가 3200억원 규모의 미래항공모빌리티 기반 구축에 나서는 만큼, 통합이 이 산업을 견인하는 데 더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세로 태안군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가 군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태안은 75년 만에 서산에서 독립한 이후 자체적으로 충분히 발전해 왔다"며 "대전·충남 통합 분위기에 편승해 인구 감소만을 이유로 재통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서산과 태안은 발전 방향과 주민 성향 자체가 다르다"며 "태안은 체류인구가 등록인구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도시 활력이 높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관광 활성화와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을 통해 충분히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맥락도 재차 언급됐다. 태안군은 고려 충렬왕 2024년(1298년)에 군으로 승격됐으나, 일제강점기인 1914년 서산군에 통합됐다가 1989년 복군했다. 복군 당시 8만4000여 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5만9474명까지 감소했다.
서산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인구는 지난해 말 17만2438명으로 줄어들며 인접한 당진시에 추월당했다.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공급 과잉과 탄소중립 정책 강화 등으로 장기 침체에 빠졌고, 2024년 공장 가동률은 74.3%로 전국 3대 단지 중 최저를 기록했다.
태안의 위기 역시 구조적이다. 태안화력 10기 중 1호기가 이미 가동을 멈췄고, 2037년까지 단계적 폐지가 예고됐다. 태안군이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는 화력발전소 폐지로 2040년까지 4500여 명의 인구 유출과 12조7000억원대의 지역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부가 서산을 산업위기·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면서 대산단지 입주 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나서 숨통을 틔운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한편, 이완섭 시장은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는 옳은 방향일 수 있지만, 시민 삶에 직결된 복잡한 문제"라며 "선거를 앞두고 속도전으로 가는 것이 어떤 부메랑이 될지 우려된다"고 신중론을 유지했다.
서산·태안 재통합 논의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전환이라는 충남 서해안의 생존 전략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이 해법이 될지, 각자의 길이 답이 될지 지역 사회의 깊은 논의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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