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 은행권에 본격 시행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내부통제가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가운데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실패로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최대 해임 요구까지 받을 수 있다는 법적 조항이 연말 느슨했던 금융권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22일 <마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책무구조도 상 관리 조치를 소홀히 한 책임자인 대표이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최대 해임 요구까지 받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법률(지배구조법)을 보면, 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에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까지 내릴 수 있다.
이는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4) 위반과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지배구조법 제30조의2) 위반 등 개정된 지배구조법을 따른다.
책무구조도는 내부통제 관리와 관련해 금융사 임원의 직책별 책무 체계 파악을 위해 도입됐다. 쉽게 말해 누구의 관리 소홀로 금융사고가 발생했는지 따져 물으려는 조치다. 내부통제 총감독 역할을 대표이사에 부여하면서 중징계 처분을 가능케 한 게 이 제도 골자다.
법 개정 이전에는 사고를 친 당사자와 해당 영업점 관리자(직상위자)만 해고‧정직 등 중징계를 맞았다. 사고를 친 당사자와 직급 차이가 날수록 제재 강도가 약화하는 구조로, 지역본부장(차상위자)은 '감봉', 내부통제 임원은 '주의적 경고', 대표이사는 '주의' 처분 정도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개정 이후부터는 대표이사에게 책무구조도 작성 및 관리라는 ‘고유의 자기책임’이 부과되면서 대표이사 역시도 중징계가 가능해졌다.
한 내부통제 전문가는 본지에 “대표이사가 상당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중대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지배구조법 상 금융당국은 해임 권고까지도 가능하다”면서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기준과 임원의 책무구조도를 만들고, 정책대로 임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감독하는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 책무구조도 도입 만 1년…“아직 미흡하다”
문제는 새 제도 도입이 만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지주와 은행의 책무구조도 운영이 다소 형식적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은행 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 결과, 임원이 자신이 수행한 관리 조치를 스스로 점검하는 ‘셀프 점검’ 구조가 형성되는 등 이해상충 소지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다수 회사의 대표이사는 ‘임원의 관리 의무 이행 적정성 점검’을 각 임원에게 위임했고 이에 따라 관리 감독의 공정성 및 객관성 여부가 지적됐다.
다만 위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점검과 개선을 위한 일부 프로세스를 임원에게 위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위임 시 △내규 등 명확한 위임 근거 없이 관리 의무 위임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 일부를 임원의 책무 기술서에 기재하는 등 책임 전가 소지를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 금감원 측은 “임원의 셀프 점검에 따른 이해 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총괄 관리 의무 위임의 근거·대상·내용 등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의무와 임원의 관리의무 중복 △위험관리 정책 등의 체계적 집행·운영 미흡 △동일·유사 업무 장기간 수행에 따른 위반행위 발생 방지 조치 점검 불충분 △이사회 및 내부통제위원회의 형식적 감독을 지적했다.
◇대표이사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 ‘위임 불가’
한편, 대표이사의 총괄 관리 의무 위임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하다. 내부통제 일부 프로세스는 각 임원에게 위임할 수 있어도 전반적인 책임은 대표이사 고유한 자기 업무이기 때문이다.
성수용 금감원 금융교육국 선임교수는 “대표이사는 위임을 하더라도 자기의 내부통제 총괄 관리 의무 자체가 위임되는 것은 아니고 위임에 대한 관리 감독권이 있다”면서 “위임을 했으면 그 사람들이 위임한 대로 잘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보고받고 개선하도록 하는 피드백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감독까지 위임을 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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