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자동차결산④] 전동화로 갈린 수입차시장, 누가 중심에 남았나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2025년 수입자동차시장은 숫자만 보면 분명 성장 국면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 승용 누적등록대수는 27만8769대로, 전년 동기(23만9764대) 대비 16.3% 증가했다. 

하지만 이 성장은 모든 브랜드에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 올해 수입차시장의 핵심은 '얼마나 팔았느냐'보다 '어떤 차로 팔았느냐'에 있었다. 그리고 전동화로 버틸 수 있음을 증명한 브랜드가 누구였는지를 가르는 시험대에 가까웠다.

◆흥행 최소 조건 '1만대 클럽'

일단 올해 수입차시장에서 흥행 브랜드를 가르는 1차 기준은 명확하다. 성공의 지표가 되는 연간 1만대 이상 판매 여부다. 이 선을 넘은 브랜드만이 시장 영향력을 논할 수 있었다.

올해 1~11월 기준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는 △BMW(7만541대) △메르세데스-벤츠(6만260대) △테슬라(5만5594대) △렉서스(1만3894대) △볼보(1만3388대) △아우디(1만252대) 다. 포르쉐(9739대)는 1만대에 근접했지만 아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한 판매량이 아니라 증가의 방향성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여전히 물량을 유지했지만 성장 폭은 제한적이었고, 테슬라는 전년 대비 95% 이상 증가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이런 '1만대 클럽'과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슈퍼카,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올해 1~11월 기준으로 연간 판매 1000대조차 넘기지 못한 수입차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일부 브랜드는 특정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거나, 전동화 전환 공백이 길어지면서 시장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다. 같은 수입차시장 안에서도 '연간 수만 대를 파는 브랜드'와 '월별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브랜드'가 공존하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전동화'가 주류가 된 수입차시장

올해 수입차시장의 가장 결정적인 변화는 전동화 비중의 폭발적 확대다. 1~11월 누적 기준 전기는 전년 동기 대비 79.5% 증가한 8만4045대로 전체의 30.1%를 차지했고, 하이브리드는 22.6% 증가한 15만6790대로 56.2%에 달했다. 두 동력을 합치면 수입차시장의 86% 이상이다. 월별 기준으로는 이미 90%에 근접한 달도 반복됐다.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 내연기관 중심 수입차 구조가 사실상 종료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가솔린(3만4910대, -39.7%)은 12.5%의 비중을, 디젤(3024대, -58.0%)은 1.1%의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디젤 수입차는 더 이상 주력 상품이 아닌 잔존 수요에 가깝다. 나아가 디젤 중심 전략을 유지하는 일부 브랜드가 더 빨리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전동화 전환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는 모델 Y 단일 차종으로 1~11월 누적 3만5363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를 굳혔다. 전기차시장을 넘어 수입차 전체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 공식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가 아직 망설임의 대상인 시장에서 테슬라는 이미 '고민하지 않고 선택되는 브랜드'로 이동했다.

반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전기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여전히 상위권을 지켰지만, 이들의 성장동력은 과거의 순수 내연기관이 아니라 MHEV·PHEV를 중심으로 한 전동화 파생모델이었다. 즉, 브랜드 파워는 유지됐지만 판매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동화는 선택이 아니라 기존 주력 차종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 전략에 가까웠다.

이와 함께 일본 브랜드의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급격한 전기차 확대 대신 하이브리드 중심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ES 300h를 비롯한 주력 모델들은 전동화 전환기에도 '익숙한 선택지'로 남았고, 이는 수입차시장에서 하이브리드가 여전히 강력한 대안임을 보여준다. 전기차로 단숨에 이동하기보다는 연료 전환의 완충 지대를 형성한 전략이다.

중국 브랜드 BYD 역시 눈여겨볼 변화다. BYD는 판매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전기차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환경에서 '가성비'라는 분명한 포지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큰 변수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동화 시대…수입차 승부는 이제부터

올해 수입차시장은 전동화 전환 성공 여부에 따라 명확한 서열이 갈렸다. 1만대 이상 + 전동화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브랜드는 시장 중심부에 남았고, 내연기관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변두리로 밀려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직까지 절대강자라 부를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전기차시장의 왕좌에 올랐지만,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한 전동화 전체 시장에서는 독일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반대로 독일 브랜드들은 물량은 유지했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가격경쟁력에서는 여전히 과제를 안고 있다.

2025년 수입차시장은 분명 전환의 해였다. 전기와 하이브리드가 주류가 됐고, 내연기관은 퇴장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변화가 곧바로 새로운 왕의 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해는 누가 살아남았는지를 가르는 해였다면, 내년은 누가 전동화시장의 '기준'을 차지할 것인가를 가르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시장의 왕좌는 아직 비어 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조건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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