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일하는 방식을 바꿨다…GC녹십자의 AI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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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에서 AI(인공지능)과 데이터 활용이 R&D(연구개발)거 조직 운영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AI와 데이터 기반 전략을 연구·임상·생산·경영 전반으로 확장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진단·검진·연구개발·품질·제조로 이어지는 데이터 흐름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변화는 R&D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GC녹십자는 신약 후보 물질 검토, 실험 데이터 해석, 개발 전략 수립 과정에서 데이터 기반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학회에 참가해 자체 mRNA(메신저 리보핵산)-LNP(지질 나노입자) 플랫폼에 mRNA 번역 효율과 안정성을 조절하는 UTR 특허와 AI 기반 코돈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단백질 발현량과 발현 지속성을 높인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쉽게 말해, 목표 단백질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이다. 같은 양의 mRNA로 더 많은 단백질을 만들어 약효를 높이거나 치료 효과를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조합을 단일 파이프라인을 넘어 다양한 mRNA 백신·치료제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역량을 바탕으로 GC녹십자는 이달 질병관리청이 주관하는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에서 임상 1상 연구 지원 기업으로 선정됐다. 비임상 단계에서 선정된 기업 가운데 2곳만을 최종 선발해 임상 1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국산 mRNA 백신 플랫폼 확보를 목표로 한다.

AI·데이터 활용은 연구개발에 국한되지 않는다. GC녹십자는 올해 9월 메가존클라우드와 함께 ‘AI 기반 품질문서 작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며 품질·규제 대응 영역으로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 연간 제품 평가 보고서(APQR)와 제품 경향 분석 보고서(DTA) 작성 과정에서 문서 신뢰성과 일관성을 높이고, 작성 시간은 80% 이상 단축했다.

해당 시스템은 EU GMP(유럽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가이드라인 ‘Annex 22’에 맞춰 AI가 초안을 지원하되, 최종 검토는 담당자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SAP(전사적자원관리), 품질경영시스템(QMS),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등에 분산된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취합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AI 기반으로 데이터 취합과 문서 초안이 구조화되면서 현업 인력이 품질 판단과 규제 대응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Hey.GC 2.0 내 HR Assistant 사용화면. /GC녹십자

생산 부문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자동화 미세 배양 시스템과 라만 분광법을 활용한 공정 모니터링 모델을 통해 배양 공정 중 주요 대사체를 실시간 예측하고, 연구 규모에서 개발한 모델을 제조 규모로 확장 적용하는 전략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공정 규모 전환 시 발생하는 예측 오차를 기존 대비 최대 55% 개선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AI 활용 범위가 진단·검진·의료현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GC케어는 건강관리 앱에 AI를 접목해 검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요 질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GC지놈은 다중암 조기선별검사에 AI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해 기존 검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초기 암 신호 감지에 나서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EMR(전자의무기록) 솔루션을 운영하는 유비케어가 AI를 활용해 진료 기록 자동 요약과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며 진료 효율을 높이고 있다. 진단과 진료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다시 연구개발과 제조 혁신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또한 차세대 기업형 인공지능 플랫폼 ‘Hey.GC(헤이지씨) 2.0’을 공식 출시하고, 다양한 사내 외 시스템을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하는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구조를 적용해, 직원들이 한 곳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 같은 변화는 채용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GC녹십자는 최근 RWD(실사용데이터)·RWE(실사용근거) 기반 연구 전략, 임상 데이터 분석, 생물통계와 데이터 관리가 결합된 직무를 채용 요건에 명시했다. 시장 분석과 마케팅 직무에서도 보험 청구 데이터, 처방 데이터 기반 분석 역량을 강조하며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와 제넨텍은 RWD 분석 전문가, AI·머신러닝 엔지니어 등 데이터·AI 기반 직무를 신설하고 역학·통계·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직무 요건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임상 성공률과 생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AI를 전략적으로 도입하는 흐름이 글로벌 제약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GC그룹 관계자는 “AI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진단에서 생산까지 헬스케어 전 영역에 걸친 AI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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