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올해 3분기 관세 우려와 실적 부담으로 조정을 받았던 화장품 업종이 연말을 앞두고 다시 반등 기대를 키우고 있다.
미국향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새로 쓰는 가운데 중·일 갈등으로 중국의 '일본 화장품 규제 가능성'까지 흘러나오면서 국내 브랜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화장품 상장지수펀드(ETF)는 코스피 상승세와 달리 약세를 보였다. 'TIGER 화장품' ETF는 10월 한 달간 5.08% 하락했고, 'SOL 화장품 TOP3 플러스'는 4.23%, 'HANARO K-뷰티'도 3.9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200 지수가 20%대 상승률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 소외'가 뚜렷했다.
◆ 3분기 관세 부담에도 실적·수출 '견조'
부진의 핵심 원인은 지난 8월부터 본격 부과된 미국발 고율 관세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 특성상 관세 전가가 어려웠고, 이에 따라 3분기 실적 둔화 우려가 선반영됐다.
그럼에도 주요 기업 실적과 실제 수출 흐름은 시장 우려보다 견고했다. 에이피알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1.7% 증가하며 연초 제시한 '매출 1조원' 달성에 성큼 다가섰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라네즈·에스트라 등 주요 브랜드의 미국·유럽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내 소비 둔화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처럼 기업별 실적이 엇갈렸지만, 업종 전체 수출 흐름은 오히려 견조한 모습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8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 수출은 약 18% 늘며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국(1위)에 올랐다. 지난 9월 미국향 화장품 수출 역시 약 2억달러 수준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추정됐다.
◆ 中·日 갈등 확산…중국 내 '日 화장품 규제' 가능성도 거론
최근 중·일 외교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은 이미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까지 권고하며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화장품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당시 중국 온라인몰·바이어들 사이에서는 일본 화장품 브랜드 '비추천 리스트'와 대체재로서의 'K-뷰티 추천 리스트'가 비공식적으로 빠르게 공유된 바 있다.
이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중·일 갈등 심화 국면에서도 일본산 화장품에 대한 통관·검사 강화 등 규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은 68억5582만위안(약 1조32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일본이 22%(15억0106만위안·약 2800억원)로 뒤를 이었다. 한국산 화장품은 10억0576만위안(약 1950억원)으로 점유율 15%를 기록하며 3위를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일본 화장품 비중이 20%를 넘는 만큼 규제 검토설만으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한국은 비중이 세 번째(15%)지만, 일본 대비 가격·브랜드 포지션이 비슷해 단기적으로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일 갈등 이슈가 부각되자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주는 즉각 반응했다. 에이피알은 전일 대비 5.57% 오른 23만7000원, 아모레퍼시픽은 5.56% 상승한 13만4800원에 마감했다. 코스맥스(+3.45%), 코스메카코리아(+1.40%) 등 제조·브랜드 업체 전반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 블랙프라이데이·글로벌 플랫폼 확대…연말 실적 반등 분기점 되나
업계에서는 미국향 수출이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블랙프라이데이 성수기가 올해 실적 반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피알은 이달 말 시작되는 북미 쇼핑 시즌을 겨냥해 현지 마케팅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타뷰티와의 파트너십은 메디큐브의 미국 내 브랜드 확장을 가속하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라네즈·에스트라 매출이 급증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도 온라인 채널 중심의 판촉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구체적인 프로모션 전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대형 브랜드 대부분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할인과 기획 세트 중심의 공세적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유럽 중심의 수출 확대가 이어질 경우 연말부터 업종 전반의 실적 정상화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관세 부담이 예상보다 작았고, 글로벌 플랫폼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향 수출, 그리고 추석으로 인한 조업일 수 감소를 감안하면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미국 수출은 1억6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고, 유럽(8개국 합산)도 40% 늘며 고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단기 수급 측면에서는 중·일 갈등이 촉발한 '대체 수요' 기대도 보조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일본 화장품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루머가 시장에 돌면서 화장품을 포함해 엔터·레저·호텔 등 소비 업종 전반에 반사수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실제 규제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장은 이미 대체 수요 가능성을 일부 반영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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