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PV5로 '2026 세계 올해의 밴'을 수상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최초',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 최초'라는 새로운 기록도 있지만, 이번 수상의 의미는 단순한 타이틀 이상의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PV5가 등장한 순간부터 기아는 상용차 시장을 더 이상 가격과 실용의 시장이 아니라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플랫폼 시장으로 재규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왔다.
유럽 각국의 글로벌 경상용차 전문 기자단으로 구성된 비영리 기관 IVOTY(International Van of the Year) 심사위원 26명이 전원 합의로 PV5를 선택한 결정은 이런 전략적 방향이 글로벌에서도 통했다는 의미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오랫동안 EV 혁신을 이끌고자 노력해왔고, PV5는 이런 의지를 상용차 영역까지 확장한 모델이다"라며 "특히 PV5는 다품종 유연 생산이 가능한 '컨베이어·셀' 결합 생산 시스템과 같은 제조 혁신까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의미 깊다"고 강조했다.
이어 "PV5가 데뷔와 동시에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된 것은 기아가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하고, 전 세계 비즈니스 고객을 위한 스마트하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어갈 것임을 입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올해의 밴은 역사적으로 유럽 브랜드가 주도해 온 시장의 상징적인 타이틀이다. 그런 시장에서 한국 모델이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단순히 '기아가 잘했다'는 평가를 넘어 상용차의 글로벌 기준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더욱이 이번 수상은 26인의 심사위원이 모두 동의한 이례적 결과였다.
PV5의 핵심은 단순한 전기 밴이 아니다. 기아가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는 PBV(Platform Beyond Vehicle)의 첫 번째 상용 구현물이라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E-GMP.S라는 전용 플랫폼을 통해 넓은 실내공간, 평평한 플로어, 다양한 어퍼 바디 호환성을 갖춘 PV5는 '한 모델이 여러 산업의 용도로 확장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이는 기아가 기존 차량 판매 모델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로 이동하고 있다는 선언에 가깝다.
유럽 중심의 상용차 심사위원단이 이런 플랫폼 철학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은 향후 글로벌 B2B·물류 시장에서 기아가 선점할 수 있는 자리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용차 전동화의 가장 큰 난제는 '전기차가 실용성을 얼마나 해치지 않느냐'에 있다. IVOTY 위원장이 PV5를 두고 "실용적인 혁신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V5는 △전기 플랫폼 기반의 넓은 적재공간 △다양한 비즈니스 목적에 맞춘 유연한 실내 구조 △전방 다중 골격·배터리 보호 구조 등에서 비롯된 안전성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한 지속가능 설계 등을 앞세워 '전동화가 실용성을 대체할 수 없다'는 기존 상용차 시장의 편견을 정면으로 깼다.
PV5는 기능성을 해치지 않는 전동화, 상업적 전기차가 가져야 할 현실적 조건을 정확히 짚어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기아는 이미 PV5 카고 롱·패신저 모델을 국내에 출시했으며, 2026년에는 △오픈베드 △콤팩트 △하이루프 등 라인업을 확장한다. 여기에 2027년부터는 화성 EVO 플랜트에서 PV7 등 더 큰 차급의 PBV 모델을 양산하며 PBV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PV5 수상은 그 생태계 구축의 첫 번째 승리 신고식과 같다. 뿐만 아니라 △EV6 GT △EV9 △EV3에 이어 4년 연속 세계 최고 권위의 타이틀을 거머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아는 전동화 기술력, 플랫폼 전략, 소프트웨어 비전이 단순한 승용차 시장을 넘어 도심 물류·라스트마일·비즈니스 솔루션 시장까지 확장 가능한 수준임을 이번 수상으로 보여줬다.
PV5의 세계 올해의 밴 수상은 기아가 상용차 시장에서 전통 강자 중심의 구도를 깨고 PBV 플랫폼 전략을 본격화하며, 전동화 기술력을 실용적 혁신으로 확장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고객을 향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다.
기아가 말한 것처럼, PV5는 "경상용차 시장의 기준을 재정의하기 위한 첫 선언"이다. 이번 수상은 그 선언이 세계 시장에서 이미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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