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지난해 스크린을 황홀경으로 물들였던 뮤지컬 영화 ‘위키드’의 다음 이야기 ‘위키드: 포 굿’(감독 존 추)가 다시 한번 극장가에 마법을 걸 준비를 마쳤다. 더 깊어진 서사로 진한 감흥을 선사한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절정의 호흡을 완성, 관객을 끌어당긴다.
“너로 인해 완전히 달라졌어, 내가.” 전혀 다르지만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 쉬즈에서의 마법같았던 둘의 우정은 오즈의 마법사와 그를 둘러싼 비밀들을 알게 되면서 다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내몰린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사악한 마녀 엘파바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모든 걸 잃을까 두려운 착한 마녀 글린다. 서로 대척점에 서게 된 두 사람은 거대한 여정의 끝에서 운명을 영원히 바꿀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19일) 개봉한 ‘위키드: 포 굿’은 사람들의 시선이 더는 두렵지 않은 사악한 마녀 엘파바와 사람들의 사랑을 잃는 것이 두려운 착한 마녀 글린다가 엇갈린 운명 속에서 진정한 우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판타지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최고의 뮤지컬 영화”라는 찬사를 받으며 ‘맘마미아!’(2008)에 이어 브로드웨이 원작 뮤지컬 영화 중 최고 흥행 수익을 세운 ‘위키드’의 파트2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24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랑을 받았다.
1년 만에 돌아온 ‘위키드: 포 굿’은 한층 깊어진 서사로 진한 울림을 안긴다. 1편이 세계관과 마법의 스펙터클로 관객을 압도했다면, 2편은 두 인물의 관계와 감정적 여정에 더욱 집중한다. 너무도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친구가 된 엘파바와 글린다가 진정한 자신을 깨닫고 우정을 통해 성장해 가는 과정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또 이 과정에서 갈등과 화해, 오해와 믿음, 상실과 선택의 순간들이 촘촘히 이어지며 진정한 우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특히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향해 내뱉는 단 몇 마디와 시선만으로도 인물의 감정을 읽게 하며 두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지켜왔는지, 그 관계가 얼마나 깊고 단단해졌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내리는 이들의 선택과 용기가 더욱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우정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사실로 확인된 적 없는 소문과 편견,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낙인찍히고 마녀로 규정되는 엘파바, 사랑받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대신 진실을 외면하는 선택을 강요받는 글린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을 쉽게 믿어버리는 사회의 잣대가 얼마나 잔인한지 드러내고 그 속에서 서로를 향한 연민과 이해가 어떻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 보여준다. 결국 영화가 말하는 ‘가장 강력한 마법’은 판타지가 아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마음과 진실을 바로 마주하고 피하지 않으려는 용기다.
다만 서사와 감정선에 힘을 실은 탓인지 1편을 능가할 만한 폭발적인 퍼포먼스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 ‘파퓰러(Popular)’ 등과 같은 귀에 확 꽂히는 넘버는 없다. 후반부 ‘포 굿(For Good)’ 정도가 그나마 그 역할을 대신한다. 서사적 밀도를 높였지만 뮤지컬 영화 장르가 가진 무대형 쾌감은 다소 희석돼 아쉬움 남는다.
배우들은 이번에도 호연을 펼친다. 신시아 에리보는 엘파바의 단단해진 내면을 한층 깊이 있는 연기로 소화하고, 아리아나 그란데도 경쾌하고 밝은 에너지뿐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고 성장하는 모습까지 성숙하게 그려낸다. 엘파바·글린다 외에도 주요 캐릭터 대부분이 변화를 겪으며 1편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조나단 베일리(피예로 역)·제프 골드브럼(마법사 역)·양자경(마담 보리블 역) 등 모든 배우들이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친다.
존 추 감독은 ‘위키드: 포 굿’을 두고 “우정의 서사를 완성하는 장대한 결말”이라 소개하며 “슬픔 속에서도 희망이 공존하는 진실된 이야기로 관객들이 깊은 감정을 체험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러닝타임 1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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