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재활용 내년 의무화… ‘보틀 투 보틀’ 실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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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을 연간 5,000톤(t) 이상 생산하는 음료 제조업체는 내년부터 투명페트병에 재생원료를 10% 사용해야 한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 / 뉴시스

시사위크=김지영 기자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재활용이 본격화된다.

보틀 투 보틀은 사용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새 페트병으로 쓰는 자원순환을 의미한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섬유나 완구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는 원래 재료보다 가치와 품질이 떨어지는 '다운사이클링'에 해당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운사이클링 제품은 다시 재활용이 어려워 결국 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자원순환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폐페트병이 새 페트병으로 재활용되게 하기 위해서 지난 9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기존 정책은 페트(PET)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에만 재생원료 사용 의무가 있었지만, 정작 재생원료를 사다 써야 하는 음료·생수 제조업체가 재생원료를 구매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페트병을 연간 5,000톤(t) 이상 생산하는 음료 제조업체는 내년부터 투명페트병에 재생원료를 10% 사용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30%로, 대상업체를 연간 1,000t 이상 페트병을 제조하는 기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PET 재활용 시장 90%가 물리적 재활용 

재생원료 의무 사용율 도입은 국제적 추세로, 2022년에 재생원료 의무 사용율을 도입한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26년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각각 25%, 30%로 명시했다. 또 EU는 2030년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항목에 플라스틱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국내 음료 기업도 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대상인 기업들 중 일부는 재생원료를 활용한 제품을 이미 내놨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가 발매한 칠성사이다 500ml는 국내 최초로 100% 재생 원료를 사용했다. 해당 제품은 선별된 폐페트병을 잘게 부숴 플레이크를 만들고, 이것을 녹여 만든 작은 알갱이(펠릿)를 원료로 하는 ‘물리적 재활용 페트병’을 사용했다.

재활용에는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두 가지가 있는데 물리적 재활용은 재활용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로 분해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에 비해 투입되는 비용과 에너지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령상 ‘물리적 재활용 재생원료’를 써야 한다는 명시는 없지만,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대상이 된 기업 대부분이 물리적 재활용 페트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 화학적 재활용↑, 원료 수급 대비해야

그런데 이 물리적 재활용 페트는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품질이 떨어져서 결국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원 순환보다는 폐기를 늦추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품질이 저하돼 폐기되는 양을 고려하면,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료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물리적 재활용 페트는 재활용을 반복할수록 품질이 떨어져서 결국 폐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 픽사베이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공정 과정에서 물리적 재활용 페트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품질 저하 없이 무한정 재활용이 가능해 원료 수급의 문제가 없다. 또 물리적 재활용은 유색 페트병에 적용하면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주로 투명 페트병을 쓴다. 하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유색 페트병도 품질 저하 없이 재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삼다수는 2021년 화학적 재활용 페트를 활용한 ‘제주삼다수 리본(RE:Born)’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6년부터 재생원료 10%를 적용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제주삼다수 외에 화학적 재활용 페트 사용 계획을 밝힌 기업은 찾지 못했다. 국내에 화학적 재활용 설비가 부족한데다, 화학적 재활용이 물리적 재활용 방식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산수음료는 2022년 1월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를 사용한 '리:아임에코(re:I'm eco)' 생수를 출시했으나 2023년부터 물리적 재활용 페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바 있다.

관련해 EU는 2030년까지 재생원료 중 30% 이상을 화학적 재활용 방식으로 충당하려는 목표로 관련 기술 개발과 공장 설립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관련 기업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 연구소장은 1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화학적 재활용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떨어뜨려야 한다”며 “다만 그만큼의 수요가 없을 것이므로 페트뿐만이 아닌 섬유 등 재활용과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 소장은 “장기적으로 관련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을 시장 변화로부터 보호하는 보완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EU는 고품질 재생원료에 대해 ‘보틀 투 보틀’ 업체가 ‘우선 접근(priority access)’ 할 수 있게 명시하고 있는데 국내도 이런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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