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강버스 논란에 이어 이번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고리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의원들이 오 시장 비판에 앞장섰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서울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곽상언 의원까지 오 시장 비판에 가세했다. 당 차원에선 오 시장에 대한 ‘서울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오 시장을 향한 총공세에 나선 것은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 등의 여파로 서울시장 선거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의 논란이 된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 국무총리까지 가세하며 오세훈 ‘정조준’
11일 오후 민주당은 국회에서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의 종묘 인근 재개발 사업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선 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가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엔 전현희 최고위원과 김영배·박주민·박홍근·서영교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서영교 의원은 “오세훈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종묘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홍근 의원은 “(오 시장은) 자신의 차기 시장과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시가 (오 시장) 당신의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것인가”라며 “서울시의회가 조례를 개정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최근에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그것이 곧 개발에 대한 허가증을 발급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런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종묘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철회 가능성도 지금 제기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직격했다. 김영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종묘라는 곳에 논란을 의도적으로 유발하는 방식으로 선거용 치적 쌓기를 하는 것”이라며 “‘명태균 게이트’ 화살을 피해가려는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서울시장 후보군인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종묘 앞에) 고층 141m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의 경제·문화적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건물 높이 변경을 핵심으로 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을 고시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 종로 방향 건물은 55m에서 98.7m로, 청계천 방향 건물은 71.9m에서 141.9m로 높이가 2배가량 상향됐다. 사실상 종묘 인근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종묘 인근 재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고층 건물 개발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종로구를 지역구로 둔 곽상언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막가파식 행정에 다를 바 없다”며 오 시장을 맹비판했다. 그는 “종묘 앞을 고층 빌딩으로 가리는 것은 서울의 정체성을 삭제하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파괴하는 막가파식 행정에 다를 바 없다”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함이야말로 서울의 힘인데, 왜 그 색깔을 스스로 지우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오 시장에게 정책 결정 철회 및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도 오 시장과 관련한 ‘서울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TF(가칭)’를 구성하고 한강버스 논란과 종묘 인근 재개발 논란 등 공세의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오 시장 비판에 가세한 상황이다. 김 총리는 전날(10일) 종묘를 찾아 “만약 서울시 얘기대로 종묘 바로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우려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종묘가 수난이다. 상상도 못 했던 김건희 씨의 망동이 드러나더니, 이제는 서울시가 코앞에 초고층 개발을 하겠다고 한다”며 “최근 한강버스 추진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공세에 오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연일 김 총리와 민주당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오 시장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묘 경관을) 전혀 해치지 않는다. 법에 정해져 있는 것은 종묘 경계로부터 100m 안쪽까지 영향이 없으면 괜찮다는 것”이라며 “지금 170m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종묘 정문부터 정전까지 300m 떨어져 있고, 전부 다 500m 이상 떨어져 있다”며 “그게 (경관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500m 떨어져 있는 곳에 100층, 150층 건물이 지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가 김건희 씨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선 “이게 김씨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자꾸 감성을 자극하는 말씀을 하시면서 국민감정을 자극하려고 하시는데, 선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김 총리가 나서면서부터 순수성이 훼손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지금 총리께서 신경 쓰셔야 할 일은 10·15 대책으로 비롯된 부동산값 같은 걸 신경 쓰기 위해 동분서주 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반격했다. 오 시장은 김 총리에 공개 토론도 제안한 상황이다.
아울러 오 시장은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검증 TF를 구성한다는 것에 대해선 “서울시정에 대한 부정적인 공격적 자세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시작됐다”며 “한두 달 동안 모든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고 공격을 해 왔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TF인가”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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