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배우 이광기가 16년 전 세상을 떠난 아들을 떠올렸다.
이광기는 최근 공개된 유튜브 채널 ‘CGN’ 영상에서 2009년 신종플루로 일곱 살 아들 석규 군을 잃은 일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모든 게 다 원망스러웠다”며 “내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위로의 말조차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천사가 됐을 것’이라고 했는데, 제가 그때 하나님과 만난 상황이 아니어서 그 얘길 들으니 너무 싫었다. 당시에는 ‘천사가 되면 뭐 하냐. 내 옆에 없는데’라는 생각에 위로가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의식을 마친 뒤, 그는 가족들을 안정시키려 애썼지만 오히려 자신이 무너져 내렸다. “슬픔과 고통과 죄책감이 한 번에 쓰나미로 몰려오더라”며 “집안에서 감내하기 어려워 베란다로 나가 온몸으로 바람을 맞았다. 나도 모르게 창가 쪽으로 점점 다가갔고, 정말 충동적이었다. 조금만 더 몸이 앞으로 갔으면 떨어지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날 밤, 이광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반짝이는 별 하나를 발견했다. “그날따라 별이 유난히 반짝였다. ‘저게 사람들이 말한 천사인가?’, ‘별이 돼서 저렇게 반짝이나?’ 싶었다”며 그 순간 처음으로 아들을 향한 믿음과 평안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광기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왜 하필 우리 아이를 선택했나 싶었다. 근데 내 손에 잡히는 모든 게, 심지어 자녀조차도 다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며 “결국 아픔이었지만 뒤돌아보면 나를 변화시켰다. 죽음은 어떻게 생각하면 삶의 뿌리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기부하게 된 배경도 전했다. 그는 “아내가 통장에 들어온 보험금을 보고 많이 울었다. 우리 아이가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며 “그때 아이티 대지진 뉴스를 봤다. 사망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더라. 저게 빨리 마무리 돼서 TV에 나오지 않아야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내에게 보험금을 아이티에 기부하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조용히 기부하려 했지만, 단체의 제안으로 마음을 바꿨다고. “단체에서 ‘보도자료를 내면 동참할 분들이 많을 테고, 아들의 씨앗이 수많은 열매를 맺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며 “그 수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에 또 심장이 뛰었다”고 밝혔다.
이광기는 이후 직접 아이티 현장을 찾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사실 석규를 천국에 보내기 전에는 봉사라는 걸 몰랐다”며 “그 일이 우리 가족에게 큰 위로가 됐다. 석규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이광기는 1985년 드라마 ‘해돋는 언덕’ 아역 데뷔해 ‘태조 왕건’, ‘야인시대’, ‘정도전’, ‘태종 이방원’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축구 국가대표 정우영을 사위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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