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메모리와 가속기 등 핵심 자원을 ‘빛’으로 자유롭게 연결·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차세대 AI분야 국제 경쟁력 확보에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스위치 기반 ‘데이터센터 자원연결(Optical Disaggregation, OD)’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광 클라우드 네트워킹 핵심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현재의 데이터센터는 하나의 서버 안에 CPU, 메모리, 스토리지, 가속기(GPU) 등이 고정적으로 묶여 있는 서버 중심 구조로 이뤄진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각 서버가 보유한 한정된 자원만 활용할 수 있어 어떤 서버는 메모리만 과도하게 사용한다. 다른 서버는 CPU만 사용하는 등 자원 활용 편차가 커 전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데이터센터 자원연결(OD)기술’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서버 내부의 메모리나 가속기가 부족할 경우, 광스위치를 이용해 다른 서버의 자원을 빛의 신호로 즉시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 학습이나 대규모 데이터 분석처럼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작업에서도 자원을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만큼’ 빠르고 유연하게 연결·분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기술은 원격 메모리 접속 표준(CXL, Compute Express Link)을 광스위치로 연결한 세계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ETRI가 자체 개발한 CPU 어댑터, 메모리 블레이드, 가속기 블레이드, OD 매니저를 결합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실증에 성공했다.
연구팀이 진행한 성능테스트 결과, 프로그램이 추가 자원을 요청하면 광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해 필요한 메모리와 가속기를 실시간으로 할당했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수행됐다. 즉, 데이터센터 자원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하면서도 광속으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를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ETRI는 이번 기술에 적용된 CXL 관련 원천특허를 확보 후, 관련 기술로 국내외 특허 47건을 출원했다. 또한 광통신 분야 최고 권위의 학회인 광섬유통신 컨퍼런스 및 전시회(OFC)와 유럽 광통신 학술회의(ECOC)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해 국제 학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포함되며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입증했다.
이준기 ETRI 광네트워크연구실장은 “AI 서비스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자원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며 “이번 연구 성과는 메모리와 가속기를 효율적으로 공유․활용해 데이터센터 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형 데이터센터로의 전환을 앞당길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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