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1월의 제철 식재료 '배추'

맘스커리어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맘스커리어 = 홍지혜 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조교수] 김치를 사다 먹은 지도 꽤 되었다. 그런데 요즘 마트 김치를 먹다 보면, 액젓이 많이 들어간 김치를 먹는 날엔 문득 할머니 김치가 그립다. 할머니는 액젓 없이 담백하게 김치를 담그셨다. 새우젓이나 멸치액젓 대신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신 그 김치는 깔끔하면서도 배추 본연의 단맛이 살아 있었다. 김장철이 되면 할머니가 절인 배추를 한두 장 떼어 쌈장에 찍어 주시곤 했는데, 그 맛이 참 좋았다. 어린 시절엔 평상에 앉아 배추쌈을 싸 드시던 어른들이 신기해 보였다. "저게 뭐가 맛있다고?" 싶었는데, 어느새 나도 배추를 보면 자연스럽게 쌈을 싸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찬바람 부는 날이면 할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된장을 풀어 넣고 배춧국을 끓인다.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어지던 그 배춧국 한 그릇이면 추위가 한풀 꺾이곤 했다.

배추는 크게 통배추, 얼갈이배추, 알배기배추(쌈배추), 봄동으로 나뉜다. 김장에는 단연 통배추가 제격이고, 얼갈이는 겉절이나 국에 넣으면 좋다. 알배기배추는 쌈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달콤해서 아이들도 잘 먹는다. 보통 아이들은 부드러운 얼갈이로 만든 겉절이를 더 좋아하지만, 김장김치의 깊은 맛은 역시 통배추다.

배추를 고를 때는 겉잎이 진한 녹색이면서 속이 노랗게 빛나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하고, 뿌리 쪽이 싱싱하며 심이 상하지 않은 것이 좋다. 처음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싶었는데, 몇 번 실패하고 나니 확실히 눈에 들어온다. 무겁고 단단한 느낌, 속이 꽉 찬 느낌이 드는 배추가 결국 맛있다.

배추를 손질할 때는 밑동을 자른 후 2~4등분으로 쪼개어 뿌리 부분을 중심으로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흔들어 씻는다. 흙이 많이 묻어 있으면 대야에 담가 불려두면 한결 수월하다. 바로 쓰지 않을 때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나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되고, 손질한 배추는 물기를 꼭 짠 후 비닐팩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다.

배추는 수분이 95%라 갈증 해소에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 C와 칼슘, 칼륨, 철분이 들어 있고, 비타민 A의 전구체인 카로틴도 함유되어 있다. 특히 배추에 들어 있는 황화합물인 시니그린은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어, 그냥 먹어도 몸에 좋은 채소다. 김장김치로 담가두면 겨울 내내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으니, 옛사람들이 배추를 겨울 양식으로 삼은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배추는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의외로 활용도가 높다. 얼갈이배추로 된장국을 끓이면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된장을 풀고 배추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다 보면, 배추가 부드럽게 익으면서 국물이 구수해진다. 알배기배추는 쌈장을 찍어 쌈으로 먹으면 아이들도 잘 먹고, 봄동으로 겉절이를 담그면 아삭한 식감에 자꾸 손이 간다. 김장이 부담스럽다면 배추 전을 부치거나 배추볶음을 해봐도 좋다. 배추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참기름에 볶다가 간장과 마늘을 넣으면, "배추가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정도로 고소하고 달큼한 반찬이 완성된다.

11월의 배추는 단순한 채소가 아니다. 할머니가 담그시던 담백한 김치, 평상에서 쌈을 싸 드시던 모습, 뜨끈한 배춧국 한 그릇에 담긴 온기까지. 배추 한 포기에는 세대를 이어온 기억과 정성이 담겨 있다. 올해도 배추와 함께 정성스럽게 겨울을 준비하며,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함께 담가보자. 김치 한 입, 배춧국 한 그릇에 배인 가을의 마지막 풍경이, 긴 겨울 동안 우리 가족의 식탁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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