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빅2' 독주 가속에 중견사 '생존 모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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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도시정비사업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현대건설(000720)과 삼성물산(028260)이 전체 수주액의 40%를 차지하며 대형 건설사 중심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자금난과 안전 리스크 부담으로 입지가 점점 약화되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31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27조8000억원)을 이미 크게 넘어섰다. 단기간에 역대급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수주가 대형사로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건설은 올해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 사업(공사비 약 1조4663억원)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해당 계약이 확정되면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은 10조1500억원을 돌파하게 되며, 업계 최초로 '정비사업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는 2022년 자사가 기록한 최고 실적(9조3000억원대)을 단숨에 경신하는 규모다.

삼성물산 역시 여의도 대교아파트(공사비 7500억원), 은평 증산4구역(1조9435억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연이어 노리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두 사업을 모두 확보할 경우 삼성물산 또한 10조원대 수주 실적을 달성하게 돼, 현대건설과 함께 '양강 체제'를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흐름은 단순한 실적 경쟁을 넘어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고금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으로 조합의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되면서, 시공사 선정 기준이 '낮은 공사비'보다 '안정성과 신뢰도'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자금난이 커질수록 공사 중단이나 부도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재무 여력이 탄탄하고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대형사가 '안전한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압구정, 성수, 여의도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브랜드가 곧 안정성'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대형사들이 잇달아 사업을 따내고 있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악재에 시달리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정비사업보다 반도체·환경 등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세종~안성 고속도로 사고 이후 사실상 정비사업에서 손을 뗀 상태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약 5조원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로 현장 운영이 차질을 빚으며 성장세가 멈췄다.

이로 인해 중견사들의 경쟁 구도는 '확장'이 아닌 '생존'의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 쏠림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합의 선택 폭을 좁히고 공사비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경쟁이 약화되면 사업 추진 속도마저 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비사업 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호황이 일부 대형사에 집중되면서 시장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효율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약화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셈.

하반기 정비사업 시장의 무게추는 '한강벨트'로 불리는 압구정·성수·여의도 일대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수주전이 단순한 사업 확보 경쟁을 넘어, 향후 도시정비 시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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