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빅딜의 승자는 화이자(Pfizer)였다. 세계 최대 제약업체 중 하나인 미국의 화이자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의 멧세라(Metsera)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발판을 마련했다.
현지시간으로 7일 로이터,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멧세라가 화이자의 100억 달러 인수 제안을 수락했다. 화이자의 최종 제안은 주당 86.25달러다. 현금 65.60달러에 조건부 지급 권리(CVR) 형태로 최대 20.65달러가 추가되는 형태다. 해당 규모는 멧세라의 이날 종가 대비 3.69% 프리미엄 수준이다.
이번 인수전 과정에서 멧세라 주가는 지난주 노보의 참여 이후 약 60%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87억5000만 달러(약 12조7566억2500만원)까지 불어났다. 회사 이사회는 화이자 제안 수용을 공식 권고하며 오는 13일 주주총회 이후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화이자와 멧세라는 올해 초부터 인수 논의를 이어왔으며, 9월 말 양사는 약 49억 달러 규모의 초기 합병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10월 말 노보 노디스크가 이보다 높은 약 85억 달러 규모를 제안하며 전략적 경쟁이 촉발됐다.
다만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법 위반 가능성을 우려해 멧세라 측에 경고를 전달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에 멧세라 이사회는 법적·규제적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화이자와의 합병안을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멧세라는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을 겨냥한 차세대 펩타이드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비만 치료제 분야의 신흥 강자다. 인크레틴과 비인크레틴 아날로그 기반의 신약 후보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GLP-1과 아밀린 계열 장 호르몬 기반의 경구 및 주사제형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현재 멧세라가 보유한 후보물질은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장기지속형 제제로, 기존 주 1회 제형보다 복약 편의성이 높아 치료 순응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디앤디파마텍(347850)의 경우 멧세라의 모든 경구제 파이프라인에 기술이 적용돼 있어 최대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멧세라의 개발 전략은 크게 1개월 제제, 1개월 아밀린과 GLP-1의 병용, 경구제, 차세대 신약이다. 그 중 경구제 파이프라인에 디앤디파마텍의 기술이 적용된다"며 "멧세라의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 '모멘텀(MOMENTUM)'으로 언급된 플랫폼이 디앤디파마텍의 '오랄링크(ORALINK)'"라고 짚었다.
이어 "멧세라는 자신들의 '할로(HALO)' 플랫폼으로 긴 반감기를 구현하고, 동사의 '오랄링크'로 체내 흡수율을 높임으로써 원료의약품(API) 함량 감소와 원가 감소를 달성함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멧세라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MET-097i, MET-233i, 그리고 여기에 경구제 플랫폼을 적용(MET-097o, MET-233o)한 것"이라며 "플랫폼은 향후 도출되는 파이프라인에 지속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체 파이프라인에서 '오랄링크'는 30% 이상의 가치는 부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펩트론(087010)은 약효지속형 약물방출 제형 제조 기술인 스마트데포트(SmartDepot)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해당 기술을 적용한 1개월 지속형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의 첫 상업 생산 물량을 공장 출하하기도 했다.
인벤티지랩(389470)의 경우 멧세라와 마찬가지로 장기지속형 기술에 있어서 핵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베링거와 물질이전계약(MTA)도 체결했다.
올해 4월엔 자체 플랫폼 기술을 기존에 허가된 경구용 비만치료제에 적용, 기존 치료제의 짧은 약물 유지기간(1일 미만) 대비 7일이라는 안정적인 약동학적(PK) 프로파일을 비글 모델에서 확보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지투지바이오(456160)는 약효 지속성과 복약 편의성을 개선한 '이노램프(InnoLAMP)'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을 보유 중이다. 비만 치료제 GB-7001·3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전임상 유효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제약사 A사와 협업 중이다.
일동제약(249420)의 경우 최근 GLP-1 RA 계열의 경구용 비만약 ID110521156의 임상 1상 톱라인(topline) 결과 발표를 통해 최대 용량인 200mg 투여군에서는 평균 9.9%, 최대 13.8%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 이는 현재 신약 허가 절차 중인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로포린'의 최대용량 투여 시 확인된 체중 감량 효과 5.4%(4주 평균)를 웃도는 결과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협력 확대에 있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내 파트너십 수요가 커질수록 국내 기업들의 플랫폼 기술 가치가 재평가되는 것과 함께 중소 바이오벤처에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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