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26만장’ 엔비디아 승선했지만…‘5.5만명’ 구조조정 내몰리나

마이데일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한국 정부와 삼성·현대·SK·네이버 등 주요 기업이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받게 되면 인공지능(AI) 생태계가 한층 탄탄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만 GPU 투입이 자칫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 전환 가속에 따른 직무 축소와 조직 재편 압력으로 수만 명이 직무 변화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마이데일리가 OECD 'AI & Employment Displacement Report 2024'와 맥킨지앤드컴퍼니 'Jobs Lost, Jobs Gained: What the Future of Work Will Mean for Jobs, Skills, and Wages' 등 주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GPU 공급에 따른 AI·자동화 확산 시 기업별 정규직 기준 최대 8%가 향후 3년 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분석을 삼성전자와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4대그룹의 2024년 기준 임직원수에 단순 적용해보면 약 5만5000여명이 구조조정 위험에 노출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별로 삼성전자는 2만2400명, SK그룹은 8000명, 현대차그룹과 네이버는 각각 2만4800명, 376명이 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고성능 GPU 대량 투입을 앞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와 기업에 고성능 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삼성·SK·현대차는 각 5만장, 네이버는 6만장을 확보하게 됐다. 국내에 있는 고성능 GPU 4만5000장의 5배 이상이 2030년까지 우선 공급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엔비디아 GPU의 대량 확보는 이재명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AI 3강’ 도약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GPU를 공급받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도 AI 사업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AI 사업의 확대가 일자리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요인으로는 △검사·운영·조립·검증 자동화 △공정감시·정비 최적화 △데이터·AI개발 효율화 △R&D 효율성 증가 △자본집약 투자 확대가 꼽힌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군은 △반복·검사·운영 유지보수 저숙련 직무 △일부 R&D 보조·테스터 △중간관리자 등이다.

대량 컴퓨팅 자원은 공정·검사·설계의 자동화 가속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트윈·AI 기반 비전 검사·예측정비·설계 자동화 도구의 등장으로 현장 반복업무·검사 인력·저숙련 운영직 수요 감소해 중간관리자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

R&D·설계 효율화는 팀 구조 재편·인력 재배치 가능성을 높일 수 밖에 없다. AI 보조 설계·시뮬레이션으로 설계주기가 단축되면 일부 설계·테스트 인력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고숙련·데이터·AI 운영 인력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축소된 인력을 상쇄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본집약 투자 확대는 경쟁력 격차·M&A·조직 축소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 선도기업이 대규모 AI자원 확보로 단가·속도 우위를 확보하게 되면 중소 협력사·비핵심 사업부 부담 증가. 인수·합병 및 구조조정(비핵심 정리)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과잉·과속 도입 리스크가 단기 비용절감형 인력감축으로 이어져 투자대비수익률(ROI) 미달 또는 경기변동 시 비용절감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적 감원·컨설팅 통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조조정 문제에 조기 대응하기 위한 기업별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교육·전환훈련을 빠르게 설계·투자해야 한다"며 "단계적 도입과 파일럿으로 인력충격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AI운영·데이터팀을 새롭게 만들어 현업들로 배치하는 것을 우선 추진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며 "복잡하게 얽힌 문제인 만큼 정부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이끈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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