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아이에스-삼진제약, 자사주 맞교환 향한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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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은 지난 5일 자사주 맞교환 결정을 공시했다. / 일성아이에스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은 지난 5일 자사주 맞교환 결정을 공시했다. / 일성아이에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48.75%에 달하는 높은 자사주 비율로 주목을 끌었던 일성아이에스와 11.81%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던 삼진제약이 ‘자사주 맞교환’에 나섰다. 사업상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취지에 반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자사주 소각 의무화 본격 추진 속 ‘자사주 맞교환’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은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나란히 자사주 처분 결정 사실을 알렸다. 먼저 일성아이에스는 34만6,374주, 지분 기준 2.6%를 삼진제약에 넘긴다. 주당 2만2,750원, 총 78억원 규모다. 반대로 삼진제약 역시 40만주, 2.88%를 주당 1만9,700원, 총 78억원에 일성아이에스로 넘긴다. 이러한 자사주 맞교환에 대해 양측은 유통 판매 및 제품 생산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 정책 취지를 거스르는 조치이자 ‘꼼수’라는 지적이다.

자사주는 주주가치와 밀접한 사안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부터 주가 호재로 여겨지곤 한다. 특히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총수가 줄어 주당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다만,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방어나 대주주 승계 등에 활용할 경우 주주가치를 오히려 훼손할 수도 있다. 후보 시절 ‘주식시장 활성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이유다.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은 이번 자사주 맞교환이 사업상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삼진제약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은 이번 자사주 맞교환이 사업상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삼진제약

최근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 상법 개정이 이뤄진데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도 본격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았으며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들썩이기까지 했다. 한편으론 제도 도입에 앞서 자사주 처분에 나서거나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움직임이 분주하게 나타났다. 이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자사주 대상 EB 발행 관련 공시 규정을 강화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내려진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의 자사주 맞교환 결정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각자 보유 중이던 자사주의 맞교환은 주주가치 제고보단 경영권 방어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이 없지만, ‘우군’으로 넘어간 지분은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는 최대주주에게 더 유리해지는 것이며, 일반 주주입장에선 주주가치가 훼손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사주 보유 비율이 48.75%에 달하던 일성아이에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했음에도 소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삼진제약도 마찬가지다. 2012년과 2017년에 이어 2022년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했던 삼진제약 역시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걸었으나 소각은 하지 않았다. 특히 삼진제약의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이 12.85%에 불과해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 효과가 더욱 쏠쏠했다. 그러던 중 자사주 소각이 화두로 떠오르자 사업상 협력 강화를 내걸며 자사주 맞교환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를 외면하는 것이자 정부 정책 취지를 거스르는 행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일성아이에스와 삼진제약의 향후 행보에 더 많은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사주 맞교환 이후에도 일성아이에스는 46.15%, 삼진제약은 8.93%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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