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지영 기자 ‘목적형 쇼핑’에서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발견형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변화하면서 커머스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지금까지의 이커머스에서 이뤄지는 소비는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고, 가격·후기·배송 등 조건을 비교해 구매하는 ‘목적형 쇼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인화된 추천 콘텐츠에서 관심이 가는 물건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발견형 쇼핑’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SNS 인플루언서의 메이크업 숏폼 영상에서 마음에 드는 화장품을 발견하고, 댓글이나 다이렉트메세지(DM)로 링크를 받아 구매하는 것이 그 예다.
이에 커머스계는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콘텐츠 요소를 강화하고, 인플루언서 등 제휴파트너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다.
◇ 쇼핑도 피로… 어릴수록 발견형 쇼핑 多
4일 CJ메조미디어는 ‘2025 이커머스 업종 분석 리포트’를 통해 ‘이커머스 업종 소비자 구매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최근 1개월 내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고, 서울·경기,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9~49세 남녀 총 471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일부터 6일간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발견형 쇼핑을 경험한 응답자는 전체의 69%(325명)로, 연령이 낮을수록 발견형 쇼핑 경험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 141명 중 78%(110명)이 ‘발견형 쇼핑을 경험했다’ 답해 가장 많았고, 30대 151명 중 68%(103명), 40대 179명 중 62%(111명)가 ‘발견형 쇼핑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전체 쇼핑(목적형 쇼핑+발견형 쇼핑)에서 발견형 쇼핑이 차지하는 비율도 20대가 24%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17%, 40대는 14%로 나타났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활발히 이용하는 젊은 세대가 유튜브·SNS에서 물건을 ‘발견’할 기회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의 ‘발견형 쇼핑’은 ‘목적형 쇼핑’을 피로하게 느낀 결과로도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의 임희석 연구원은 “숏폼 시청에 따른 도파민 중독이 ‘검색-리뷰 탐색-가격비교-구매 결정’이라는 과정을 피로하게 느끼게 만들어, 쇼핑 시간을 감소시킨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코리안클릭·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을 비롯한 국내 커머스 앱 전반의 실행당 평균 체류시간은 5년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10% 이상의 역성장을 기록한 플랫폼이 대부분이었다.
◇ 콘텐츠 강화하는 커머스계
커머스계는 ‘발견형 쇼핑’에 적합한 플랫폼으로 태어나기 위해 콘텐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 지난 3월 정식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에는 베타서비스 당시에는 없었던 ‘발견’ 탭이 새로 생겼다. 이는 숏클립, 라이브, 프로모션 영상 등 개인화된 콘텐츠를 추천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발견형 쇼핑’을 고려한 기능으로 볼 수 있다.
또 네이버는 크리에이터-브랜드 협업을 위한 플랫폼 ‘브랜드커넥트’를 운영하고, 크리에이터가 제휴링크를 공유하고, 이것으로 발생한 판매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받는 어필리에이트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블로그, 카페, 영상 플랫폼 ‘치지직’ 등 네이버가 보유한 콘텐츠 생태계를 커머스 영향력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알리바바·신세계그룹 합작법인 설립으로 핵심자회사가 된 G마켓도 재도약을 선언하며, 콘텐츠 커머스로서의 측면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관련해 김정우 PX 본부장은 지난달 2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라이브 숏폼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실시간 소통·입찰·후원을 할 수 있게 하고, 크리에이터들이 외부 채널에 콘텐츠를 공유하고 수익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진화를 예고했다.
◇ 커머스 노리는 유튜브… 업계 변수되나
반대로 콘텐츠 플랫폼은 쇼핑 채널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6월 국내에 ‘쇼핑 제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크리에이터가 영상 속에 제휴 브랜드 제품을 태그하고, 해당 태그를 통해 상품이 판매되면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현재 쿠팡, 올리브영,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이 제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유튜브쇼핑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의 솔루션으로 영상 시청에서 상품 발견, 인앱결제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판매’ 채널의 성격을 강화해가고 있다. 유튜브 공식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유튜브쇼핑의 총 거래액(GMV)은 전년 대비 5배 성장했다.
관련해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연구원은 “라이브커머스의 부상과 함께 유튜브쇼핑이 글로벌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에서 밝히고, “유튜브쇼핑은 2030년 국내 라이브커머스 점유율이 45% 수준에 달하고,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내 침투율은 3.2%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황용식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커머스업계가 콘텐츠성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개인화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며 “유튜브는 조회 수, 노출빈도, 접속 시간 등 이커머스가 활용하는 지표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커머스들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신광수 교수 또한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텔레비전에서 유튜브로 바뀐 지금, 유튜브의 커머스 기능이 강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다만 앞으로 판도를 재편할 것은 특정 채널이라기보다는 AI 기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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