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치보복” 뒤에 숨은 ‘공범 그림자’

시사위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의 구속 여부가 야권의 존립을 가를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기도 전에 ‘내란 정당’이라는 법적 낙인을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정당 해산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정치보복” 주장은 오히려 공범 의혹을 자인하는 역설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특검의 시선… ‘단순 혼선’ 아닌 ‘의도적 지연’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특검팀은 지난 3일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다. 비상계엄하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를 방해하고 헌정질서를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추 의원이 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 결집을 늦추고 표결 절차를 지연시킨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며 “이번 수사는 민주당의 주문에 따른 정치적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또 계엄 선포 나흘 전 윤 전 대통령 관저 만찬 참석을 두고 “가벼운 식사 자리였다”고 해명했고, 내란 당일 당 의총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꾼 것은 “국회 실무진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러한 해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홍지만 당시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한덕수 국무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힘 비상의총 소집을 공지했지만, 장소를 국회에서 여의도 중앙당사로, 다시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자정을 넘겨 다시 당사로 옮기는 등 혼선을 거듭했다.

의총 장소가 바뀌는 사이 국회의 계엄 해제 논의는 지연됐고, 회의장 주변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혼선이 아니라 ‘계엄 해제 표결을 늦추기 위한 조직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추 의원이 국회의장에게 표결 연기를 요청한 시점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직후와 맞물린다. 그는 “의원들이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며 회의 개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다수의 의원은 이미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들어가고 있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 약 50명은 여의도 중앙당사에 모여 있었다. 특검은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라, 정치적 지시로 움직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의원의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헌정질서를 지켜야 할 위치에 있던 그가 오히려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데 가담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회의장에게 표결 연기를 요청한 행위는 계엄 해제 절차를 지연시켜 입법부의 권한을 스스로 무력화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이다. / 뉴시스

◇ ‘내란정당 해산’… 바람 앞에 등불 된 국힘

국민의힘은 특검의 영장 청구를 “정치보복”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전날(3일) 영장을 청구해 놓고 다음날(4일) 대통령 시정연설을 한다니 협치가 아니라 폭거”라고 비판했고, 당 지도부는 전체 의총을 열어 체포동의안 표결 방침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추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지만, 당 차원에서는 영장 청구를 정치적 공세로 몰아 방탄 기류를 확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 같은 대응은 전략이라기보다 ‘즉흥적 반사행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계엄 해제 방해 의혹’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는커녕, 전략 없이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란 고루한 프레임으로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시정연설 보이콧과 ‘정치보복’ 주장을 반복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 내란 정국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그 중심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일부에서는 “국민의힘이 위기 대응의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다면 국민의힘은 내란 공범 정당으로서 백 번이고 해산감”이라고 직격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국민의힘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당’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며 “정당 해산 심판의 길로 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치보복’ 프레임만으로 이번 사태를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자성의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 의원들은 “추경호 의원 개인의 혐의를 정권의 탄압으로 포장하는 대응이 국민 정서와 괴리돼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이번 영장 정국은 추경호 개인의 사법 리스크를 넘어,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으로 기록될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계엄 해제를 막으려 한 자와 그를 두둔한 정당이 내세운 ‘정치보복’ 프레임이 헌정의 이름으로 무너질지, 혹은 법정에서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헌정의 밤을 지연시킨 이들이 여전히 ‘정치보복’을 외치는 한, 공범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긴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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