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소식]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북 산불의 흔적, 예술이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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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북 산불의 흔적, 예술이 기록하다
■ 목요철학 인문포럼, 제900회 맞아 '한국 문명' 주제 특집 심포지엄 개최

  
[프라임경제] 박창모 사진작가(계명대학교 대외홍보팀, 전시기획)는 2025년 봄 경북 산불의 잿빛 현장에서 이 질문을 꺼내 들었다. 그는 재난의 현장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기억의 윤리'를 담은 예술의 공간으로 옮겨왔다.

검게 타버린 숲, 그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다시 살아나는 초록의 조짐까지. 그 모든 장면은 '검은 봄 – 2025 경북산불사진기록'이라는 이름으로 대구 하빈PMZ평화예술센터에서 3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 3월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안동·청송·영양·영덕으로 번진 대규모 산불의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박창모 작가를 비롯해, 대구·경북 언론사 사진기자 공정식(뉴스1), 김영진(매일신문), 김진홍(대구일보), 이용선(경북매일)과 대구·경북 소방관, 그리고 피해 지역 주민이 직접 촬영한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생생한 재난의 현장과 검게 타버린 삶의 터전을 바라보는 주민의 시선, '예술과 재난'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사진작가의 기록이 어우러져 재난의 다양한 층위를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 참여 전시로, 총 23점의 사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한다. 사진은 재난 이후의 자연·사람·복원의 시간을 따라 흐르며 관객에게 기억의 지속성과 회복의 의미를 묻는다.

박 작가는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물리적 파괴이자 정서적 단절을 낳는다. 예술은 그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며, "이번 전시는 말하기보다 듣는 방식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지워지고 싶은 기억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결코 잊히지 않는 고통일 수도 있다. 관객이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끝이 아닌 '검은 봄이 초록 봄으로 바뀌는 그날까지'로 이어질 기록의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목요철학 인문포럼, 제900회 맞아 '한국 문명' 주제 특집 심포지엄 개최
11월6일 계명대 동천관 국제세미나실에서 개최...국내 석학들 참여

'철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철학화'를 목표로 대구 시민과 함께 걸어온 계명대(총장 신일희) 계명-목요철학원의 '목요철학 인문포럼'이 오는 6일 제900회를 맞아 '한국 문명, 인문의 눈으로 상상하다'를 주제로 특집 학술심포지엄을 연다.


행사는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천관 국제세미나실에서 열리며, 철학·역사·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석학들이 참여해 한국 문명의 정체성과 미래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한다.

이번 제900회 특집 심포지엄은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시대 인식을 중심으로 인간과 문명, 그리고 지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자 기획됐다. 

첨단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상과 문명을 급격히 변화시키는 가운데, 인간이 본래의 존재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철학적 문제로 제기한다. 

이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철학·역사·사회학적 통찰을 교차시켜, 인류세 시대의 한국 문명을 인문의 시선으로 새롭게 진단한다.

학술 심포지엄은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한국 문명의 계보학'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한국 근대성과 서바이벌리즘(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사학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근대문명과 인문학(이윤갑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한국의 18~19세기 사상적 기획은 완수 또는 진행 중 어디에 있는가?(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동양한국철학과 교수) △인류세 지구시민의 자기이해로서 K-철학 또는 '안응칠 코드'(홍윤기 동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인류세라는 문명사적 전환기 속에서 한국 문명의 기원과 전개, 미래적 가능성을 재구성하는 학문적 시도로 평가된다. 

이재성 계명-목요철학원 원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단순히 철학의 담론을 넘어, 지구적 전환기 속에서 인간 존재를 새롭게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실험"이라며 "앞으로의 문명 담론 속에서 한국의 지적 전통이 어떻게 응답할 수 있을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한편, 계명-목요철학원의 '목요철학 인문포럼'은 1980년 10월8일 처음 시작된 '목요철학 세미나'를 모태로 하여, 4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은 국내 최장수 인문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학자, 예술가, 종교인, 사회 인사들이 참여해 철학과 인문학의 깊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해왔으며, 꾸준한 학문적 전통을 통해 전국적으로 '우리 시대의 금자탑'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든 강연과 자료는 홈페이지에 보존돼 한국 인문학사의 귀중한 아카이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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