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넓히는 판례를 내린 이후, 현장 임금 산정 방식과 법적 기준 간 괴리가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판결(2020다247190)을 통해 기존 '정기성·일률성·고정성' 3요소에서 '고정성' 요건을 제외했다. 소정근로 대가성만 인정되면 통상임금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식대, 정기성과급, 업무보조비 등 정기적 지급 항목이 통상임금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 해석한 것은 장시간 노동 억제와 합당한 보상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이 판례를 반영한다며 직원급여규정을 개정, '통상임금'과 별도로 '법정 통상임금'을 신설했다. 개정안은 기존의 기본급·자격급·직책급 외에도 정기성과급, 식대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산정 기준을 마련하되, 가산수당 계산에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1.5배를 적용토록 했다.
반면 현행 농협 노사 합의에 따른 산식은 1.83/183 배율로, 환산 시 약 2.1배 수준이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번 개정이 임금체계 단순화가 아니라 '실질적 임금 축소'라고 규정한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1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수십 년간 합의해 온 1.83배 가산 방식을 1.5배로 낮추려는 꼼수"라며, "판례 확대 취지를 무시하고 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 확대된 통상임금을 반영하더라도 가산수당 증가율이 0.2%에 불과해 사실상 인상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내놨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법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노동부가 올해 발표한 지도 지침에 따라 약정 통상임금과 법정 통상임금을 구분해 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오히려 차액 지급 규정을 두어 법 위반을 피하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두고 "대법 판례의 확대 해석과 현장 단체협약이 충돌하는 전형적 사례"라고 진단한다. 법적으로는 사용자가 근거 규정을 정비할 수 있으나, 노사 합의 없는 일방 개정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통상임금 확대가 장시간 노동 억제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산식 변경보다 임금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노조는 "8만 6000 농·축협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켜내겠다"며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을 예고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법적 근거를 내세우고 있어 협상보다는 대립이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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