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포스코가 HMM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 이슈가 아니다. 철강 기업이 국가 전략산업인 해운업에 손을 뻗으려는 움직임이다. 겉으로는 '물류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해운 전문기업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산업생태계를 뒤흔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포스코 입장에서의 논리는 분명하다. 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 물류비는 곧 원가이고, 이를 줄일 수 있다면 매력적인 시도일 수 있다.
하지만 컨테이너 해운은 단순한 화물운송이 아니다. 글로벌 톱 티어 선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막대한 투자와 전문경영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다. 포스코가 아무리 철강에서는 세계적 기업이라 해도, 해운업에서는 비전문 초보자처럼 비춰진다.
더 큰 문제는 HMM의 운명이 철강 경기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철강 산업이 흔들리면 해운에 대한 투자가 뒷전으로 밀릴 것이 자명하다. 그 과정에서 HMM은 어렵게 쌓은 글로벌 입지를 잃고, 결국 또 한 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업계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되살린 HMM이 특정 그룹의 비용절감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산업생태계 파괴 우려도 가볍지 않다. 포스코가 자사 원료와 제품 운송을 사실상 독점하면, 기존 중견·중소 해운사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해운업은 다양한 선사들이 균형을 이루며 국가 물류망을 떠받치는 구조다. 그런데 특정 대기업의 독점 구조로 재편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역사는 이미 교훈을 남겼다. 1980년대 이후 대기업 해운 자회사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포스코 계열 거양해운 역시 자가 화물 운송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결국 한진해운에 매각됐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발레가 벌크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했다.
화주기업의 직접 해운 진출이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법과 정책도 포스코의 길을 가로막는다. 해운법은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물류정책기본법은 제3자 물류 육성을 국가 원칙으로 못 박고 있다. 해운업은 단순한 민간 기업의 이해가 아니라 국가경제와 직결된 전략산업이라는 점을 정부가 명확히 규정해둔 것이다.
포스코는 철강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더일지 몰라도, 해운업에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물류비 절감을 명분으로 한 무리한 인수가 아니라 HMM이 독립적 해운 전문기업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길이다.
HMM은 포스코의 물류 카드가 아니다.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며, 국민경제의 혈관이다. 포스코의 인수 시도는 철강과 해운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라는 미명 아래 산업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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