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세계 최대 항궤양제 시장인 중국이 국내 제약사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3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P-CAB)를 앞세운 HK이노엔,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선점 효과, 현지 맞춤 전략, 로컬 네트워크 활용 등 서로 다른 전략을 꺼내 들며 중국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중국은 서구화된 식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고령화가 겹치며 위식도역류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은 PPI(프로톤펌프억제제)가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빠른 약효와 복용 편의성을 앞세운 P-CAB이 새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세계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은 2023년 약 30조원에서 2025년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며, 이 가운데 중국은 3조원에 달한다. 특히 중국 P-CAB 시장은 현재 2414억원 규모에 불과한 초기 단계지만, 지난해 성장률이 81.22%에 달하며 빠른 세대교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P-CAB 계열 신약은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보노프라잔)' △2020년 4월 승인된 HK이노엔 '케이캡(테고프라잔)' △2023년 2월 중국 케어파 파마슈티컬스의 '케버프라잔' △2024년 12월 중국 시노르다 바이오메디신의 '시노프라잔' 등 총 4종이다.
여기에 글로벌 오리지널 신약 보노프라잔의 물질특허는 2026년 8월 만료될 예정으로, 중국 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주도권 경쟁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HK이노엔은 2015년 중국 제약사 뤄신에 케이캡 기술을 이전한 이후 2022년 4월 '타이신짠'이라는 제품명으로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2023년 3월 중국 국가보험의약품목록(NRDL)에 등재돼 본격 판매가 이뤄졌다.
케이캡은 미란성 식도염, 십이지장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 등 주요 적응증을 확보했고 주사제 개발 임상도 병행 중이다.
국내에서 출시 수년간 소화성궤양제 시장점유율 1위를 수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도 적응증 다변화와 현지화를 통해 선점 효과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이 최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펙수클루의 시판 허가를 획득하며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펙수클루는 케이캡에 이어 국내 개발 P-CAB 계열 신약 가운데 두 번째로 중국에 진출하는 약물이다.
대웅제약은 내년 하반기 발매를 목표로 중국 환자군 특성과 수요에 맞춘 현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펙수클루는 긴 반감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산분비 억제 효과를 발휘해 야간 속쓰림 개선에 강점을 지녔다. P-CAB 계열 가운데 유일하게 '위산 역류에 따른 만성 기침 완화' 효능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중국에서 소화기 치료제 사업을 전개해온 경험과 펙수클루의 차별화된 임상 경쟁력을 무기로 현지 소화기내과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이번 중국 품목 허가는 펙수클루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중국 내 강력한 영업망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리브존제약과 손잡고 자큐보의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2023년 4월 리브존에 중화권 독점 권리를 부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리브존은 약 7개월 만에 임상 3상을 완료하고 곧바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온코닉의 전략은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네트워크 활용과 신속한 허가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임상·허가 과정을 무기로 단기간 내 시장 내 존재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중국 소화기 치료제 분야에서 리브존의 영업력과 실적은 이미 입증돼 있다"며 "PPI에서 P-CAB으로의 시장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중국 로컬 제약사들의 존재감이다. 케어파와 시노르다는 각각 '케버프라잔'과 '시노프라잔'을 출시하며 시장 내 입지를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혁신 신약 개발과 보험 등재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만큼, 현지 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외국계 제약사와 경쟁 구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가격과 네트워크로 시장을 넓히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이 독창적인 임상 데이터와 적응증 전략을 확보한다면 단순 경쟁을 넘어 글로벌 무대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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