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시대의 편견과 차별이 남긴 상처… 연상호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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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얼굴’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이분이 저희 어머니라고요?” 태어나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권해효 분)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에게 경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됐다는 것. 얼굴조차 몰랐던 어머니가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임동환은 아버지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PD 김수진(한지현 분)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4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의 기억을 통해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8년 연상호 감독이 자신이 쓰고 그렸던 첫 그래픽 노블 ‘얼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배우 박정민(임영규 젊은 시절/임동환 역)부터 권해효(임영규 역)·신현빈(정영희 역)·임성재(백주상 역)·한지현(김수진 역)까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이 총출동해 다채로운 연기 앙상블을 완성한다. 

빈틈이 없다. 세상을 본 적 없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아름다운 글씨로 도장을 새긴다는 모순된 설정과 남편도 아들도 얼굴을 본 적 없고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한 여인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탄탄한 내러티브 안에서 촘촘하게 펼쳐져 긴장을 놓을 수 없게 한다. 진실의 끝엔 무엇이 있을지 호기심을 동력 삼아 힘 있게 나아가는데, 비로소 마주한 진실에도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긴장감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호연을 펼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민·한지현·박정민·권해효·임성재.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연을 펼친 배우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민·한지현·박정민·권해효·임성재.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니버스’의 뿌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다. 시대의 편견과 차별이 남긴 상처를 미스터리의 형식 안에서 차근차근 파헤쳐 나가며 아름다움과 추함, 믿음과 의심, 편견과 혐오라는 선명한 주제 의식을 전달,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미스터리적 장치 속에서 사회가 만들어낸 고정관념을 해부하며 초기 연상호 세계관의 본류로 관객을 끌어당긴다. 

2주간의 프리 프로덕션, 장편 영화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13회 차 촬영, 20여 명의 소수 정예 스태프 등 2억원 정도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도 높다. 1970년대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청계천 거리부터 작은 소품 하나까지 디테일하게 재현하며 시대감을 완벽히 구현,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열연도 흠잡을 데 없다. 특히 데뷔 후 첫 1인 2역에 도전한 박정민은 시각장애의 한계를 딛고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젊은 임영규와 40년 만에 백골 사체로 돌아온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아들 임동환, 닮은 듯 다른 모습의 두 인물을 섬세하게 빚어내며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한다. 

시각장애를 가진 인물로 근현대화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캐릭터 임영규의 노년 시절을 연기한 권해효도 묵직한 열연으로 무게감을 더하고 영화 내내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정영희 역의 신현빈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을 높인다. 청계천 의류 공장 사장 백주상 역의 임성재, 다큐멘터리 PD 김수진 역의 한지현도 제 몫을 해낸다. 

또 하나의 실험적인 도전을 마친 연상호 감독은 “이렇게 멋진 방식으로 극장에서 개봉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럽고 기쁜 경험이다. 내가 만들었던 영화 중에서도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영화”라고 ‘얼굴’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기대를 당부했다. 러닝타임 103분, 오늘(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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