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정부가 지난 9월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정작 정비업계에서 줄곧 요구해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개선 등 핵심 규제 완화 내용이 빠지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번 9·7 대책에서 각종 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인허가 절차 단축 등 공공 중심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사업에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초환이나 분상제와 같은 실질적으로 조합의 부담을 줄이고 사업성을 높이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으면서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동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제 재초환은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이 넘는 재건축 이익에 대해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로, 전국적으로 약 50개 단지, 약 2만 가구가 부과 절차를 앞두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도 억대에 이르는 부담금이 예상되며, 이는 조합원 간 갈등과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급증해 내부 갈등이 심각해졌다"며 "재초환 같은 조합원 '돈'과 직결된 규제를 풀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으로는 사업 속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제도 폐지 여부에 대해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재초환은 현재까지 실질적으로 부과가 미뤄지고 있으며, 즉각적인 폐지보다는 제도 작동 과정을 보며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정비사업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공공택지와 서울 강남 3구 및 용산구 등 민간택지에 적용되는 분상제는 정부가 분양가를 정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로 인해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도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조합원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결국 조합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우려다. 조합들 사이에서는 분상제가 시세와 분양가의 괴리를 키우며 청약 과열, 이른바 '로또 청약' 현상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이번 대책에서 언급된 공공 정비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 확대와 인허가 간소화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민간 부문에 대한 실질적인 유인책이 부재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과 관련해 인허가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용적률 상향 등 핵심 사안은 '시장 영향과 공공성 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오히려 규제로 받아들여지는 내용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재개발 의무임대에 입주 가능한 세입자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은 세입자 보호 강화를 위한 취지이지만, 조합 측에서는 사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존에는 구역 지정 공람 3개월 전부터 거주한 세입자만 입주 대상이었지만, 앞으로는 사업 인가 이후 입주를 원하는 신규 세입자도 포함될 수 있어 '버티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도심 외곽 확장이나 틈새 부지 공급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수요가 집중된 핵심 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선 도심권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함께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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