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5일 만에 터진 무명 외야수의 첫 홈런→인터뷰서 흘린 뜨거운 눈물…"포기하지 않으니 좋은 날이 오네요" [MD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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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안치영./수원=김경현 기자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 안치영이 3회말 2사 1루서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수원=송일섭 기자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니 좋은 날이 오지 않았나 싶다"

안치영(KT 위즈)이 프로 첫 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했다. 경기 종료 후 안치영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안치영은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서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홈런 1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안치영의 역할은 대수비 혹은 대주자다. 하지만 최근 선발 출전이 늘었다. 5경기서 4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은 "안치영이 게임 경험이 있다"며 "계속 내고 있는데 (좌익수 중) 제일 나은 것 같다"고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KT 위즈 안치영./KT 위즈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 안치영이 3회말 2사 1루서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수원=송일섭 기자

첫 타석에 대형 사고를 쳤다. 팀이 0-1로 뒤진 3회 1사 1루. 상대 선발 곽빈의 제구가 흔들렸다. 볼카운트 3-1. 5구 149km/h 빠른 공이 높게 들어왔다. 안치영이 이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타구는 106.4m를 비행해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역전 투런 홈런. 타구가 넘어가자 안치영은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KT 더그아웃도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날의 결승 홈런이다.

데뷔 첫 홈런이다. 1998년생인 안치영은 2017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1순위로 KT의 선택을 받았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손주영(LG 트윈스) 등이 드래프트 동기다. 연차가 제법 된다. 데뷔전은 2017년 7월 28일 수원 NC 다이노스전이다. 7회 대수비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홈런까지 데뷔 이후 2965일, 173경기가 필요했다.

남은 두 타석은 숨을 골랐다. 6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7회 1사 2, 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KT는 안치영의 홈런에 힘입어 8-1 대승을 거뒀다.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 안치영이 3회말 2사 1루서 2점 홈런을 터뜨린 뒤 덕아웃서 환호하고 있다./수원=송일섭 기자

경기 종료 후 이강철 감독은 "안치영의 프로 데뷔 첫 홈런으로 역전을 하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다"라면서 "데뷔 첫 홈런 축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취재진을 만난 안치영은 "맞는 순간은 솔직히 (넘어갈 줄) 몰랐는데, 넘어가니까 너무 좋더라"며 "홈런보다는 출루에 신경을 썼는데 운이 좋게 잘 맞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홀로 다이아몬드를 돌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안치영은 "항상 뒤에서 응원해 주시는 가족과 타격 코치님, 도움 주셨던 분들이 다 생각났다. 2군과 1군도 그렇고, 많은 도움을 주셨던 감독님, 코칭 스태프들이 다 생각났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안치영은 중계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물벼락 세리머니를 위해 대기하던 KT 선수들도 '운다!'라며 짓궂게 안치영을 놀렸다. 이에 대해 "부모님이 멀리서라도 계속 응원해 주신다. 그런 부분에서 감사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 안치영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수원=송일섭 기자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조원동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경기. KT 안치영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수원=송일섭 기자

홈런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 아니다. 퓨처스리그 통산 홈런도 단 한 개다. 2022년 8월 9일 NC 다이노스전 손맛을 봤다. 안치영은 "홈런을 언제 쳤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고등학생 때도 없었다. 2군에서 하나 있었고, 그 뒤로 처음이다"라고 했다.

그동안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 경기를 뛰었다. 힘겨운 시간을 어떻게 버텼냐고 묻자 "항상 뒤에서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다.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버티니 좋은 날이 오지 않았나 싶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 목표는 포스트시즌 엔트리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든 적이 없다고. 안치영은 "경험해 보고 싶고 거기서도 잘하고 싶다"라면서도 "일단 이겨야 한다. 지금 상황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 감독님께서 내보내 주시면 그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게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이날은 백업이 아닌 주인공이었다. 안치영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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