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상승세 탄 금값, 더 오른다…연말 4000달러 전망

마이데일리
/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단기적인 금리 인하 기대감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금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트로이온스(31.1g, 온스)당 4000달러(555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 기대가 최근 금값 상승의 표면적 동인으로 거론되지만, 이는 과거와 비교해 특별한 수준이 아니”라며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된 힘은 글로벌 금융 환경의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먼저 세계 분절화 심화가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외화보유액 다변화를 위해 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하 연구원은 “2010년대 중후반과 비교해 중앙은행의 금 매수 규모가 뚜렷하게 늘었다”며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금 매수세에 합류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흐름은 금 시장 수요의 저변을 넓히며 가격 상승의 지속성을 강화한다. 특히 ETF는 개인·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접근성이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 향후 금값 변동성 확대에 일조할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요인은 주요 선진국의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다. 인위적 저금리 유도로 정부 재정 부담을 낮추는 과정에서 재정건전성 우려와 물가 불안 심리가 함께 커졌다. 하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국채 대신 실물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이 자리한다”며 “이는 채권 기간 프리미엄 상승과 맞물려 금 가격의 상승 압력을 강화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급등 아닌 구조적 강세

신한투자증권은 이 같은 구조적 요인을 근거로 금값이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세계 분절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 금융 억압의 부작용에 대응한 위험회피 수요가 지속되는 한 금값은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 모형가격(적정 이론가격)은 4000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금거래소

앞서 지난 5일 국제 금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금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3% 오른 온스당 3653.3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현물 가격 역시 1.4% 상승한 3596.6달러를 기록했다. 9일 오전 실시간 금값은 온즈당 3647.0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금값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부각될 경우,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고 금을 대체자산으로 확대할 수 있다”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 가격을 둘러싼 분석은 점차 단기적인 정책 변수보다 글로벌 금융질서 재편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경 변화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 차원을 넘어, 금을 새로운 국제 통화 질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구조적 상승세 탄 금값, 더 오른다…연말 4000달러 전망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