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두 달여만에 만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정치 복원’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간 악수조차 거부했던 여야 대표는 이 대통령의 중재에 손을 맞잡으며 협치의 의지를 다졌다. 깊었던 감정의 골을 해소하기까지는 산적한 난제들이 남아있지만, 일단 협치의 물꼬를 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가졌다. 이번 여야 지도부 회동은 이 대통령이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이전 정부에서 중단됐던 ‘관례’를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추진 과정에서 야당이 ‘일대일 회동’을 역제안하며 난항을 겪었으나, 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이 대통령의 적극적 ‘협치’ 의지에 그간 만남은커녕 악수도 거부해 온 여야 대표도 ’화해 무드’에 접어들었다. 이 대통령의 중재로 양당 대표가 악수를 나누면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세 분이서 사진 촬영을 하실 때 대통령께서 양당 대표들 손을 잡아 ‘악수를 좀 하셔라’ 유도하셨다”며 “우상호 정무수석께서 대통령까지 세 분이 함께하시면 좋겠다고 말하셔서 화면상으로 처음에는 두 분이 악수했고 자연스럽게 대통령까지 손잡는 모습이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공개 발언에서 “오늘 정청래 대표하고 악수하려고 당 대표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는데, 미처 100일이 안 됐는데 이렇게 악수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정청래 대표도 “특히 장동혁 대표님과 악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장동 대표님께 뒤늦게나마 당선되신 것 축하드리고 말씀하신 소통 창구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오늘 하루가 아니라 다음에도 좋은 만남이 오늘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정치 복원’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죽이는 정치 이제 그만하고 상생 정치, 모두가 함께 사는 정치를 해야한다’는 말씀은 정말로 옳으신 말씀이고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는 말씀도 정말로 중요한 말씀”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이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합의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이날 회동에서 여야 대표가 ‘민생경제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동 브리핑을 통해 “형식만 갖춘 보여 주기 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민생협의체는 장동혁 대표가 제안하고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수용하면서 성사됐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경색된 정국을 풀자는 데 뜻을 모으긴 했지만, 깊은 불신의 벽을 허물고 실질적 협력 관계로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야 지도부 회동 이후 이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가진 장동혁 대표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미흡하다는 점과 특검 수사 과정에서 여당의 인권 침해적 활동이 대통령과 정부가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고 지적했다. 야당으로서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여권으로선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인 것이다.
또한 장동혁 대표는 여당이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대법관 대규모 증원 등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아울러 전날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표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의 의견도 충분히 듣겠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놓았다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번 회동이 이 대통령의 ‘중재’로 이뤄진 만큼, 추후 양당 대표 간 ‘자발적 만남’ 여부는 과제로 남겨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오늘 막 약혼을 했는데 결혼반지를 찾는 느낌”이라며 “오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했으니 작은 것부터 잘 풀어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양당 대표는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데 공감했을 것”이라며 “작은 물밑 만남이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잦은 회동, 악수로 이어지길 바라고 양당 대표 만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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