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한국전력이 최대주주로 참여한 전북 서남권 400㎿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화된다. 통상 민간 발전사가 주도해온 시장에 ‘전기를 사서 파는 회사’인 한전이 직접 발전사 역할까지 맡아 관심이 쏠린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3년간 약 48조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두 배 늘었고, 부채비율도 112%에서 619%까지 치솟았다. 연간 이자비용만 3조원대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국제 연료 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효과로 영업이익 5조889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부채 총액이 200조원이 넘어서는 상황에서 구조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다. 겉으론 흑자지만 속은 여전히 적자라는 ‘흑자 착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망도 밝지 않다.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응으로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탈한전’의 흐름이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은 “탈한전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전의 사업 부문 마진은 2024년 8조6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공공주도 해상풍력에 뛰어든 것은 단순한 사업을 넘어선다. 국산 터빈을 적용할 경우 약 6조원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EPC(설계·조달·시공) 전 과정에 국내 기업이 참여해 공급망 자립과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낙찰자는 20년간 고정가격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구조도 확보된다. 무엇보다 공공이 리스크를 떠안고 시장을 여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업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덴마크는 2000년 코펜하겐 앞바다에 건설한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를 지역발전소와 시민협동조합이 공동 투자해 지역 반발을 줄이고 시장을 열었다. 영국도 국영 기관인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해상 부지를 관리하고, 정부는 가격 보장제도(CfD)를 통해 민간 대기업 진입을 유도했다.
한국의 한전 참여 역시 민간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초기 시장에서 공공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와 닮아 있다.
해상풍력 보급 초기 리스크는 크다. 수조원대 초기 투자비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 어민 반발과 지역 갈등, 높은 발전단가로 인한 사업 불확실성이 겹친다. 이 때문에 공공이 초기 리스크를 흡수한 뒤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해상풍력 사업 프로젝트는 단순한 발전소 건설을 넘어 한전의 체질 개선, 국내 공급망 강화, 공공주도형 에너지 전환의 시험대라가 될 것”이라며 “흑자 착시와 탈한전 흐름 속에서, 이 프로젝트가 한전의 ‘신뢰 회복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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