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불편은 무엇일까. 교통 앱 호출, 공연 예매, 배달 주문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상적 서비스조차 쉽지 않다. 국내 본인인증 체계가 통신사 가입자나 주민번호를 전제로 설계됐고, 결제망 역시 해외 발급 카드와 호환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설 크로스허브 대표는 "외국인은 왜 한국에서 앱 하나 쓰기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창업 계기로 꼽았다. 그는 "관광객·유학생·근로자까지 수백만 명이 디지털 소외를 겪고 있는데, 이를 풀어내는 것이 곧 한국 관광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크로스허브는 문제를 두 갈래로 나눴다. 외국인은 국내 모바일 본인인증을 받을 수 없고, 해외 발급 카드는 결제 과정이 복잡하거나 수수료가 높다. 크로스허브가 개발한 'IDBlock'과 'B·Pay'는 각각 외국인의 신원 인증과 결제 장벽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이다.

IDBlock은 여권 기반 전자신원확인(eKYC)과 안면 인식 AI를 결합해 글로벌 어디서든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다. B·Pay는 이를 결제 네트워크에 연동해 △로컬 전자지급결제대행(PG) △카드 △간편결제를 단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로 수용한다.
"인증과 결제를 Full-Stack 구조로 통합해 관광·금융·커머스까지 원스톱 경험을 제공하고 있어 기존 서비스와 본질적으로 다르죠"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과 영지식증명(ZKP)이다. 사용자는 필요한 사실만 증명하고 불필요한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는다. 예컨대 술집 입장 시 생년월일 전체가 아닌 '만 19세 이상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
"ZKP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거래마다 새로운 증명을 생성해 추적도 어렵게 합니다."
설립 1년 만에 크로스허브는 30건 이상의 정부 연구 개발(R&D) 및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단순히 기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뚜렷한 수요층을 근거로 시장 규모와 문제 심각성을 입증한 점이 주효했다.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검증(PoC) 계획, 일본·싱가포르·베트남 등 해외 진출 전략을 제시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들 역시 같은 지점을 주목했다. 설립 1년 만에 Post 53억원 밸류에이션 시드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는 △명확한 문제 정의 △차별화된 기술 구조 △빠른 실행력이 있었다.
"자기주권신원(SSI)과 ZKP 기반 인증·결제를 단일 사용자 경험으로 엮은 실용적 구조가 핵심 투자 포인트였습니다"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인증과 결제가 얽혀 있다는 점에서 풀스택(Full Stack) 구조의 의미는 크다. 항공·호텔 체크인부터 공연 티켓 발권, 쇼핑 환급까지 이어지는 여정이 하나로 통합된다.
크로스허브는 글로벌 여행중개플랫폼(트립닷컴, 타이드스퀘어 등)과의 협업을 통해 외국인 고객 전환율을 높였다. 여기에 CJ ENM·아모레퍼시픽과 각각 팬 인증·리워드, 면세점 통합 서비스 등 구체적 시너지를 구상 중이다.
특히 글로벌텍스프리와의 협력 모델은 환급 절차 간소화를 목표로 한다. 구매 시점에 여권 정보를 실시간 검증하고 결제 내역을 자동 연동해 앱 내에서 환급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관광객 편의와 상점 매출, 국가 관광 경쟁력까지 동시에 강화할 수 있었어요. 국가별 상이한 개인정보 규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크로스허브는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구조를 채택해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CCPA) 등 주요 글로벌 규제를 자연스럽게 충족시킨다. 이 점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글로벌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향후 3년간 목표도 분명하다. 첫해에는 글로벌 파트너십과 PoC로 신뢰성과 표준 적합성을 입증하고, 2년 차에는 일본·동남아 거점에서 상용 론칭을 확대한다. 마지막 3년 차에는 미국·유럽으로 확장해 글로벌 레퍼런스 케이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크로스허브는 동일한 API, 동일한 사용자 경험, 동일한 신뢰를 어디서든 제공하는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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