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우리가 포스트시즌 갈 때를 좀 생각해서, 그림에 넣고 경기를 좀 해야 된다고.”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의 마지막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확대엔트리 적용 후 결국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들은 ‘비싼’ 아픈손가락, 엄상백(29)과 안치홍(35)이다. 김경문 감독은 2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위와 같이 밝히면서, 엄상백을 1이닝 셋업맨으로 기용해 내용과 결과를 살펴보겠다고 했다.

실제 엄상백은 2일 경기서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후반에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했다. 압도적인 피칭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건 긍정적이었다. 140km대 중~후반의 포심을 보유한 사이드암은 매력이 있다. 주무기 체인지업도 있다.
구종이 많지 않은 반면, 구종 자체의 가치는 있는 선수다. 이런 타입은 선발보다 불펜이 맞을 수도 있다. KT 위즈 시절 불펜 경험도 풍부하다. 더구나 한화 필승계투조는 가을야구 경험이 일천하다. 옆구리도 부족하다. 엄상백이 포스트시즌서 필승조에 들어갈 수 있다면 한화 불펜의 짜임새와 안정감이 배가될 전망이다. 일단 엄상백이 좀 더 좋은 내용을 보여줘야 한다.
김경문 감독은 안치홍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일단 2일 KIA전에는 결장했다. 3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서도 선발라인업에선 빠졌다. 대신 5-5 동점이던 10회말 1사 3루 찬스서 이원석 대신 타석에 들어섰다.
김경문 감독이 안치홍을 포스트시즌서 주요 대타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안치홍은 손아섭 때문에 지명타자로 뛰기 쉽지 않다. 2루수로 기용되기엔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2루 수비만 보면 황영묵, 이도윤 등 멀티맨들이 낫다. 하주석도 2루수로 기용될 수 있다.
그리고 한화가 올 시즌 대타 생산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또 안치홍이 그 순간에 끝내기안타라도 치면 자신감도 올라갈 수 있음을 노리고 기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과적으로 NC 이호준 감독이 자동고의사구로 1루를 채우면서 안치홍이 히어로가 되지는 못했다. 대신 안치홍은 황영묵 타석 초구에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황영묵이 1사 2,3루 찬스서 끝내기안타를 쳤다.
김경문 감독은 “아직 1위 얘기를 할 땐 아니고”라고 했다. 1위를 포기한 건 아니지만, LG 트윈스를 의식하지 않고 부상자 없이 시즌을 무난하게 마치는 것에 초점을 둔 상태다. 5경기 차. 무리하게 LG 추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다.
때문에 지금 김경문 감독은 2위를 빨리 확정하고, 포스트시즌 준비 모드에 들어가는 것에 신경 쓴다. 엄상백과 안치홍의 경우 시즌 전 구상대로 5선발과 주전 2루수로 쓰긴 어려워졌으니, 좀 더 빨리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최악의 경우 이들을 포스트시즌에 배제할 수도 있지만, 김경문 감독은 베테랑들, 특히 고액 FA 계약자들을 어떻게든 가을야구서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야 한화가 가을야구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고, 엄상백과 안치홍도 시즌 마무리만큼은 좋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김경문 감독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한화는 엄상백과 안치홍의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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