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경현 기자] "선배님께 꼭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겨드리고 싶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통산 네 번째 10승 시즌을 만들었다. 원태인은 개인 성취만큼 '끝판대장' 오승환에게 승리를 선물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8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4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10승(4패)을 기록했다.
통산 4번째이자 2시즌 연속 10승이다. 원태인은 2021년 14승을 시작으로 2022년 10승을 올렸다. 2023년은 7승으로 숨을 골랐고, 지난해 15승으로 곽빈(두산 베어스)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올해 9승에서 아홉수 없이 곧바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날 경기는 쉽지 않았다. 원태인은 팀이 1-0으로 앞선 1회 2사 1루에서 노시환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1-2 카운트에서 던진 4구 직구가 높게 들어갔다. 이진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태연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2회 선두타자 김인환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재원의 보내기 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하주석이 2루수 방면으로 깊숙한 땅볼을 쳤다. 2루수 류지혁이 몸을 날려 포구에는 성공, 하지만 송구가 빗나갔다. 하주석은 내야안타로 출루. 이때 3루까지 진루한 김인환이 홈을 파고들었다. 강민호가 공을 잡고 홈에 들어간 원태인에게 송구했다. 김인환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파고 들었고, 원태인은 글러브로 김인환을 태그하려 했다. 결국 두 선수는 홈에서 충돌해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김인환은 태그 아웃. 원태인은 큰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이도윤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3회와 4회는 각각 단타만 내주고 실점하지 않았다. 5회 선두타자 이도윤에게 2루타를 내줬다. 문현빈은 진루타를 쳤다. 노시환에게 3볼을 던진 후 벤치에서 고의사구 지시가 나왔다. 1사 1, 3루. 이진영에게 중견수 방면 1타점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김태연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6회 김인환을 루킹 삼진, 이재원을 유격수 땅볼, 하주석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날의 유일한 삼자범퇴 이닝. 7회부터 삼성은 불펜진을 가동했다. 배찬승-이승민-김태훈이 각각 1이닝 무실점을 작성, 원태인의 승리를 지켰다.


경기 종료 후 박진만 감독은 "한 주 2번의 선발임에도 불구하고 원태인이 6이닝 3실점으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잘 했다"고 선수를 칭찬했다.
취재진을 만난 원태인은 "시즌 전부터 10승은 꼭 하고 싶었다"며 "빨리 10승을 채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불펜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원태인은 "불펜 투수들이 너무 잘 던져주고 있어서 길게 갈 생각을 안 한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려 했다. 최근은 5이닝 100개를 던져도 되니까 최소 실점으로 막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선발이 조기에 내려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불펜진이) 잘 버텨줘서 선발 투수로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다.
2회 손아섭에게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은 의도된 플레이라고 했다. 원태인은 "(강)민호 형의 생각이었다. 일부러 손아섭 선배를 1루로 채우고 다음 타자랑 승부를 하자고 해서 고의로 내준 볼넷"이라고 밝혔다.
다만 충돌 여파가 있어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다. 원태인은 "일부러 안 좋은 티를 안 내려고 했다. 제가 거기서 힘든 티를 내면 같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야수들이 그 마음을 알아줬는지 수비도 그렇고 점수도 잘 내줬다"고 답했다.
이날 오승환의 대전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은퇴 투어에서 삼성은 연장 10회말까지 가는 승부 끝에 6-7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오승환은 "팀이 잘하고 있어서 부담스럽다. 지난 은퇴 투어(28일 잠실 두산전)도 져서 오늘도 질까봐 부담스럽다. 오늘은 좀 이겼으면 좋겠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원태인은 "요즘 선배님과 식사도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필 은퇴 투어 하는 날 제가 선발이더라. 그래서 선배님께 꼭 기분 좋은 승리를 안겨 드리고 싶었다. 저번에 아쉽게 졌기 때문에 오늘은 꼭 이기려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다들 그런 생각이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현재 팀 분위기는 어떨까. 원태인은 "분위기는 정말 좋다. 작년 2위를 지킬 때보다 지금이 훨씬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단순 몇 경기가 아니라 2주째 이어지고 있다"며 "순위표는 시즌 끝날 때 마지막 경기를 하고 나서 보자는 생각으로, 한 경기에 모든 걸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승환은 화려한 은퇴 투어보다 팀의 승리를 간절히 원했다. 원태인이 그 바람을 이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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