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미국에 갈 꿈이 있다.”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는 시카고 컵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신시내티 레즈, 시애틀 매리너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캔자스시티 로열스, LA 다저스 등 11팀의 스카우트들이 집결했다.

이유는 내년에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는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와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의 주인공은 폰세도 송성문도 아니었다. 물론 폰세는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3사사구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압도적 투구는 아니었다.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은 날은 아니라고 했다. 송성문은 폰세에게 솔로포 한 방을 터트리는 등 2안타를 쳤지만, 결과적으로 팀의 6연패를 못 막았다.
이날의 주인공은 한화 우완 신인 파이어볼러 정우주(19)였다. 2025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전체 2순위 정현우(키움 히어로즈), 박준순(두산 베어스)과 함께 순수 신인으로서 1군에서 시즌 내내 생존 중이다.
입단 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전주고 시절부터 강속구 유망주로 유명했다. 그런 정우주는 미국행도 고민했으나 일찌감치 KBO리그 진출로 마음을 굳힌 케이스. 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야 한화가 정우주를 낼지 말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폰세와 송성문에 이어 정우주의 기량까지 확인했으니 1석3조였다. 당장 영입할 수 없는 선수지만, 정우주에 대한 정보를 알뜰살뜰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심지어 정우주가 엄청난 임팩트를 선보였다. 8-3으로 앞선 7회말 무사 1,2루, 임지열 타석에서 마운드에 올라 임지열, 김웅빈, 루벤 카디네스에게 공 9개로 이닝을 정리했다. 역대 한 이닝 최소투구 3탈삼진 타이기록.
다니엘 리오스, 금민철, 강윤구, 김혁민, 우규민(KT 위즈), 강윤구, 라울 알칸타라(키움),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김택연(두산), 임찬규(LG 트윈스)까지 9명이 10차례만 달성한 대기록. 고졸 신인 중에선 2024년 7월10일 수원 KT 위즈전서 달성한 김택연에 이어 두 번째.
심지어 정우주의 공 9개는 전부 포심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세 타자 전부 헛스윙 삼진이었다. 임지열에겐 151km, 151km, 153km, 김웅빈에겐 152km, 152km, 153km, 카디네스에겐 152km, 153km, 153km를 찍었다.
정우주는 “팔을 풀 때 평소보다 공이 잘 가는 느낌이었다. 볼이 된 공도 있었는데 운 좋게 스윙이 나와서 삼진이 잘 나왔다. 사실 변화구도 많이 써보고 싶었는데 직구가 가장 괜찮은 것 같아서 직구 위주로 빠르게 승부했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다. 정우주는 “수준 높은 리그에서 날 잘 봐줬다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도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미국에 갈 꿈이 있다.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하고 좋은 기회가 되면 가고 싶다. 아직 더 다듬어야 한다”라고 했다.
팬들의 환호성이 엄청났다. 정우주는 “첫 등판 때가 생각나서 조금 울컥했다. 8월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 최근 두 경기에 조금 아쉬웠는데, 믿고 써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8번째 공 이전까지 스트라이크를 잡을 땐 의식이 없었는데, 한 순간에 갑자기 머리에 스쳤다(9구 KKK). 카디네스를 상대할 때 하이볼이 오늘 가장 좋은 공이었다”라고 했다.
김경문 감독, 양상문 코치, 선배 투수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다. 정우주는 “감독님은 저번에 못 던진 나나 오늘 잘 던진 나나 다 똑 같은 정우주니까 그때와 오늘이 뭐가 다른지 생각해보고 오늘 너무 잘 던졌다고 칭찬해줬다”라고 했다.

한화의 자랑 폰와류문은, 정우주에겐 아직 높은 벽이다. 그러나 언젠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온다. 멀지 않았다. 한화도 정우주를 문동주와 함께 차세대 간판 선발투수로 여긴다. 정우주는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프로 1군에 필적하려면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 뭐가 가장 부족한지 계속 경험하고 있다. 나도 선발투수가 꿈이어서 공을 어떻게 던지고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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