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일본과 미국 순방을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 회동 추진을 지시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순방의 성과를 공유하고 여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이 이에 대해 ‘조건’을 붙이면서 실제 성사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8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은 오늘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를 포함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즉시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적인 정치문화에서 쓰던 용어”라며 “지금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전날(27일)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를 만나 이 대통령과의 야당 대표 간 회동을 제안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를 매우 중시한다”며 “대화하면서 협력하고 협치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단순한 만남은 큰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고 한다.
순방을 마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통상적 관례로 여겨졌다. 순방 성과를 공유하며 동시에 국정 운영 방향을 함께 논의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명분이 확실하다 보니 교착 상태에 빠진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자리로도 활용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야당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이러한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이번 여야 지도부 회동에 대해 ‘관례를 지키려는 의지’라는 정치권의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 야당 수용 의지가 관건
심화하는 여야의 갈등 국면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을 부결시키자 국회 일정을 보이콧 했다. 지도부 간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악수 거부’로 불이 붙은 여야의 신경전은 최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은 잘 된 것이라고 주장하나”, “노상원 수첩에 적힌 사람들은 죽었어야 마땅한가” 등 질문을 던지며 격화됐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왜곡과 망상으로 점철된 정치공세”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가 출구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인다면, 자연스럽게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새어 나온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이다. 윤희석 전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완전히 득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모습을 연출했다는 건 대통령의 품이 넓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진면목을 보여준 장면이다 충분히 그렇게 인식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야당 지도부가 이러한 제안에 응할 것인지 여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진행되는 연찬회에서 “공식적으로 (회동을)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제안이 오면 그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장 대표는 여야 지도부 회동 제안에 ‘조건’을 달았다. ‘형식’과 ‘의제’를 우선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제1야당 대표와 영수회담이라는 분명한 형식과 절차가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여야 지도부 회동이 아닌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일대일 회담에 무게를 싣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논의하고 싶은 어떤 주제로든 저는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는 기본적으로 야당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계시고 그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제가 안 맞아서 못 만나겠다거나 형식이 안 좋아서 못 만나겠다는 것에 대해선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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