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산업 현장에서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 시정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즉시 수사에 착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한다. 사고 발생 이후의 사후 대응이 아닌, 산업재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체계로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의무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 제16조'에 따라 10일간의 시정 기간이 우선 부여됐다. 이후 시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적발돼도 고치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산업안전 관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지적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부가 단속해도 시정만 하면 아무런 불이익이 없으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지킬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고, 안 지키는 쪽이 이익을 보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안전 관련 규제와 법 집행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전반의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졌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구체적인 제도 개편으로 연결됐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9월 말까지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어 10월부터는 산업안전감독 과정에서 안전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시정 없이 즉각 수사 착수 또는 과태료 부과를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검찰 송치도 적극 추진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은 시정하면 끝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앞으로는 안전 의무 위반에 대해 사법 조치를 기본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계도기간 중에는 현장에 제도 변화 사항을 충분히 알리고, 난간이나 방호시설 등 안전 설비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이 제도의 급격한 변화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책도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는 과태료 부과 기준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의무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로 되어 있다. 실제 적용에서는 비교적 낮은 금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과태료 현실화를 통해 안전관리 위반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규정 위반이 곧바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감독 인력 확충도 병행된다. 현재 산업안전 분야 근로감독관은 약 900명 수준이다. 1인당 평균 2400개 사업장을 관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인력 부족은 현장의 실질적인 감독력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도 운영의 허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산업안전 전담 근로감독관 300명을 증원하는 안을 의결했다. 6급 135명, 7급 135명, 8급 30명 등으로 구성된다. 내년에도 1000명을 추가 채용해 총 1300명 규모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산업계는 긴장감 속에서 제도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제도 전환에 따른 부담을 호소하며 충분한 계도기간과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그동안 안전 의무가 유명무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한 규제 강화 차원을 넘어, 산업 현장의 인식과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제도의 실질적인 집행과 후속 대책 마련을 통해 현장에서의 안전 문화가 정착되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산업안전관리 패러다임이 국내 산업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