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스트리트북스] 독자여, 집으로 오라

마이데일리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여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최근 두세 달 정도 전자책만 주로 읽었다. 그러다 다시 종이책을 집어 들었는데 도통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교정 작업도 평소보다 더디고 어렵게 느껴졌다. 괜히 나이 탓을 하면서 이러다 편집 일을 못 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했다.

<다시, 책으로> 저자 매리언 울프도 비슷한 경험을 고백한다. 디지털 매체를 접하는 일이 많아지며 책을 멀리하자 전보다 내용 파악이 잘 안되고 글을 훑어 읽는 일을 겪는다.

울프는 이를 ‘초보자 수준의 읽는 뇌’로 회귀해 버렸다고 표현한다. ‘전문가 수준의 읽는 뇌’로 회복하기 위해 천천히 읽기, 깊이 읽기, 다시 읽기를 실천해 2주 만에 겨우 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책을 읽을 때 우리 뇌의 읽기 회로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한다. 저자 설명에 따르면, 단어 하나를 읽을 때마다 수천, 수만 개의 뉴런 작업군이 작동한다. 심지어 촉감에 관한 표현을 읽을 때는 감각 피질이, 움직임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운동 뉴런이 활성화되기도 한다.

또한, 인쇄 매체로 읽을 때와 디지털 매체로 읽을 때 서로 다른 읽기가 이루어지며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매체는 빠른 속도, 고강도 자극, 멀티태스킹, 많은 정보량이 특징이다. 그래서 디지털 매체로 읽을 때 훑어보기, 건너뛰기, 대충 읽기 등으로 진행되기가 더 쉽다.

문제는 디지털로 많이 읽을수록 우리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는 점이다. 밀도 높은 텍스트의 어려운 문장 구조를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tl; dr(너무 길어; 읽지 않음)해 버린다. 한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메뚜기가 된다.

나 역시도 책을 읽는 시간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훨씬 많다.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전자책으로 읽으면 종이책으로 읽을 때보다 빨리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다. 하지만 어떤 매체로 읽는지가 내 뇌 읽기 회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물론 저자가 인쇄 매체만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진 않는다. 이제 디지털 매체를 외면하고는 살 수 없는 시대임을 인정한다. 많은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의 장점도 무시할 순 없다. 이미 어느 한쪽을 고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저자는 양손잡이 읽기 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의 읽는 뇌는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그리고 다음에 등장할 또 다른 매체 사이를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스페인어와 영어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창하게 말하는 것처럼, 각 매체를 사용한 아이의 읽기 수준이 나란히 발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여전히 그 중심에 인쇄 매체로의 책과 그것을 깊이 읽는 활동이 밑바탕 되어야겠다고 강조한다.

<다시, 책으로>의 원제는 ‘Reader, Come Home’이다. 4장에서 소개한 문학평론가 마이클 더다의 말 ‘디지털 매체는 호텔, 책은 집’에서 따온 듯하다. 우리말로 옮기면 ‘독자여, 집으로 오라’ 정도가 될까(책에서는 9장 제목에서 ‘독자들이여, 집으로 오세요’로 옮겼다). 호캉스도 결국 집이 있고 난 뒤 즐길 일이다.

독자여, 집(책)으로 오라! 부디 집(책)을 잊지 마시길.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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