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도 차분하다” 강정호도 김하성도 그렇게 시작했다…이 선수는 영웅들의 잃어버린 4년을 지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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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고척돔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 키움 어준서가 경기전 훈련에서 수비를 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화려하지 않아도 차분하다.”

키움 히어로즈는 올 시즌 초반 전태현, 여동욱, 어준서로 이어지는 고졸 내야수 3인방의 맹타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 시즌이 거의 마무리돼 가는 현 시점에서, 1군에서 여동욱은 16경기. 전태현은 66경기에 나갔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키움 어준서가 경기 1회초 KT 첫 타자 황재균의 타구를 잡아 아웃시키고 있다./마이데일리

그러나 어준서는 94경기에 나갔다. 252타수 58안타 타율 0.230 4홈런 18타점 37득점 OPS 0.594 득점권타율 0.206. 타격 성적은 눈에 띄지 않지만, 그래도 일발장타력이 있다. 전반기 중반 이후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키움은 강정호, 김하성이라는 한국야구 대표 유격수를 배출했던 구단이다. 두 사람은 2010년대 히어로즈 3유간을 책임졌다. 그러나 김하성이 2020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떠나면서, 키움은 이 자리의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도 써봤고, 김혜성(LA 다저스)을 2022시즌 풀타임 유격수로 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 부족했다. 러셀은 부진과 부상, 김혜성은 전임감독 시선에 유격수로선 2%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

지난 2년간 키움 3유간은 사실상 주인이 없었다. 10~20경기 단위로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키움이 이 기간 최하위로 떨어진 건 유격수 불안정성과도 연관이 있다. 베테랑 김태진이 지난 시즌 막판 자리를 잡았지만, 장기적 차원에서 젊은 선수를 앉히는 게 맞다.

그렇게 나름 뚝심 있게 자리잡은 선수가 어준서다. 어깨 좋고, 수비범위도 좁지 않다. 경험이 적고 임기응변능력이 약간 떨어지긴 해도, 시간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미 90경기 이상 나갔고, 이렇게 자리잡은 이상 최소 1~2년간 기회를 주는 게 맞다. 그래야 다른 내야수들과 호흡도 좋아지고, 팀의 수비 조직력도 안정감이 생긴다. 그동안 키움 내야는 유격수 주인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불안정한 측면도 있었다.

설종진 감독대행은 지난 2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우리가 숏스탑이 많이 필요했다. 어준서가 열심히 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야수이면서 차분한 게 다른 선수들보다 나은 것 같다.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타격은 자질이 있었고, 최근 체력이 좀 떨어졌는데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만족한다”라고 했다.

2025년 7월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유격수 어준서가 1회초 2사 1루서 롯데 전준우의 타구를 처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어준서가 당장 강정호나 김하성이 되길 바랄 순 없다. 비교할 수도 없다. 이들은 한국 최고의 유격수들이었다. 그러나 키움이 장기적으로 센터라인을 안정화해야 한다면 어준서에 대한 지금의 이 투자가 훗날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준서가 이렇게 경험을 쌓고 부작용을 극복하는 과정을 겪으면 나중에 어떤 선수가 될지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일단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하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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