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한국서 ‘광폭 행보’… 李 대통령이어 SK·중기·산업부 총망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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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겸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방한 기간 정치권과 재계, 중소기업을 두루 접촉하며 전방위 행보를 펼쳤다. 글로벌 보건과 에너지, AI 기반 미래 산업 협력 등 한국의 전략 분야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게이츠 이사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동해 글로벌 보건 협력과 차세대 원자력 발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AI 산업 전력 수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SMR은 AI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를 충족할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고, 이 대통령은 “한국도 차세대 원전 개발에 관심이 많다”며 화답했다.

이어 기자들에게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AI 기술은 약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면담 직후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회동하고,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간담회에도 참석해 정치권 전반으로 협력 접점을 넓혔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위드마스터스 김종호 대표와 만나 친환경 화장실(HRT)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HRT는 배관이 없는 지역에서도 대변을 초고온 건조 처리해 무해한 알갱이로 만들고, 오수는 미생물 분해와 필터링을 거쳐 재활용하는 신개념 화장실이다. 게이츠재단은 2011년부터 4억달러를 투입해 위생·하수 개선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위드마스터스는 이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빌 게이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이 지난 2022년 8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글로벌 공중 보건 증진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최 회장, 빌 게이츠 이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SK바이오사이언스

저녁에는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수뇌부와 만찬을 함께하며 SMR과 바이오, 에너지 협력을 논의했다. SK는 이미 게이츠가 설립한 원자력 혁신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 3조375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사업,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 포트폴리오는 게이츠의 기후위기 대응 구상과 맞닿아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3년부터 게이츠재단과 백신 연구를 이어오며 글로벌 보건 협력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게이츠가 주목하는 보건·기후·에너지 분야는 한국의 중소기업 혁신 기술과 대기업 인프라가 동시에 맞닿아 있다”며 “이번 방한이 양측 협력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과 악수하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산업통상자원부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오전에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만나 테라파워와 한국 기업 간 에너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테라파워 회장을 맡고 있다.

면담에는 안세진 원전국장 등 산업부 원전 라인 당국자들이 배석했으며, 게이츠 이사장은 김 장관에게 본인의 자서전인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을 선물했다.

게이츠 이사장이 창업한 테라파워는 뉴스케일, 엑스에너지와 더불어 더불어 미국의 3대 SMR 업체로 손꼽힌다. 지난 2006년 설립된 테라파워는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 노형을 개발하고 있다.

SMR 분야는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한국의 제조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SK㈜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22년 테라파워에 3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다각적인 투자·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며,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가 진행하는 첫 SMR 사업에 주기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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