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만나 감염병 등 글로벌 보건 문제를 함께 대응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날 접견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게이츠 이사장은 저도 메일 쓰는 MS 윈도우를 개발했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보는 창문을 가지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게이츠 이사장이 백신 개발이나 친환경 발전시설을 개발하는 등 인류를 위한 새로운 공공재 개발에 나선 점도 참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빌 게이츠 이사장은 "얼마 전 재단 출범 25주년을 기념해 모든 재산과 재단 기금을 20년 안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며 "2000억달러(280조원) 가량 자산을 사용하며 전 세계 보건 분야의 여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앞으로 20년 동안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지금보다 아동 사망을 80%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기대가 높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가 한국의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한국에는) IVI(국제백신연구소)부터 시작해 SD바이오, SK, LG, 유바이오로직스 등이 등장하며 10년 전만 해도 아주 작았던 한국의 이 산업이 지금은 너무나 크고 중요한 산업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기업들의 제품을 직접 다룰 기회가 많았다"며 "코로나 백신이나 진단 기기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한국 바이오 사이언스 제품은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날 만남은 단순한 외교적 의례가 아니라, 게이츠 이사장이 오랜 기간 강조해온 국제 보건 불평등 해소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이츠 이사장은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 백신과 보건 투자가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신념으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말라리아, 폐렴, 설사병처럼 예방 가능한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현실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목해왔다.
실제로 그는 2015년 테드(TED)강연에서 "앞으로 인류의 최대 위협은 핵무기가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경고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구와 지구인 전체를 위한 공공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함께할 방법을 최대한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게이츠재단은 전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도 간담회를 열고 향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바이오니아, 유바이오로직스, 노을, 에스디바이오센서, 쿼드메디슨 등 7개 기업이 참석했다.
특히 게이츠재단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3년부터 장티푸스, 소아장염 등 다양한 백신 개발과 항바이러스 예방 솔루션 등 여러 과제를 통해 글로벌 공중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한 대한민국 1호 코로나19 백신은 양 기관의 성공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빌 게이츠 이사장과 트레버 먼델 글로벌 헬스 부문 대표가 그해 한국을 방한해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창원 부회장 등과 개별 만남을 가진 바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미팅에서 양 기관 간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현재 진행 중인 백신 개발 및 글로벌 공중보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향후 상호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 중인 넥스트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대비 백신 개발을 포함한 차세대 예방 의약품 연구개발 과제를 중심으로 확장된 협력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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