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시대 가속화를 위해 자동차산업의 협력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20일 경기도 판교 소재 소프트웨어드림센터 사옥에서 'Pleos(플레오스) SDV 스탠다드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기술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완성차업체가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을 제시하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확산시키겠다는 구체적 의지를 표명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산업은 하드웨어 공급망이 중심이었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부품 사양에 맞춰 협력사가 납품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SDV는 차량출고 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발과 검증, 보안 관리가 핵심 경쟁력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포럼에서 송창현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사장)의 기조연설로 시작해 △SDV 양산을 위한 차량 개발 방식 전환 △최적화된 하드웨어와 유연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CODA 적용 △Pleos Vehicle OS를 통한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지속 확장 가능한 외부 디바이스 표준화 구조(Plug & Play) △OEM-협력사 간 통합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체계 5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협력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케피코 △보쉬 △콘티넨탈 △HL만도 등 국내외 주요 제어기 분야 협력사 총 58개사의 엔지니어링 핵심 인력이 참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사양 정의부터 기능 검증, 개발 이슈 관리까지 아우르는 표준화된 개발 환경을 협력사에 공유했다. 협력사들은 이를 자사 개발 환경에 적용할 수 있고, 동시에 보안을 유지한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계·공유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수직적 납품 관계를 넘어 수평적이고 유연한 '공동 개발 네트워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세계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SDV 전환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Cariad를, GM은 Ultifi를, 테슬라는 독자 운영체제를 앞세워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꾀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Pleos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체 OS와 툴체인을 공개하는 것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협력사와 함께 표준을 선도하려는 시도다.
무엇보다 SDV는 차량 성능과 소비자 경험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지속 개선할 수 있어 향후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주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기술 표준을 협력사와 조기 공유한 배경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전략이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SW 개발 생태계는 완성차 혼자 구축할 수 없으며, 수십 개 협력사가 표준을 따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차량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보안·저작권·책임 소재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이번 포럼은 SDV 양산을 위한 공급망 혁신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기 포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로드맵을 공유하고 협력사들의 참여를 확대할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의 소프트웨어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창현 AVP본부장은 "SDV 구현을 위해서는 핵심 파트너 간 긴밀한 협력과 표준화된 개발 체계 확산이 필수다"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술 표준 배포를 통해 SDV 양산 공급망 체계를 갖추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상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개발자 컨퍼런스 'Pleos 25'를 통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를 공식 발표하고,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및 글로벌 파트너십 계획을 공개하며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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